“中, 엔비디아 H20 ‘백도어’ 의혹”…AI칩 글로벌 공급망 긴장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H20 칩이 중국 시장 내 보안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H20 공급이 중단됐다가, 최근 미중 합의로 수출이 재개되는 와중에,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H20의 백도어(보안 체계 우회 접근 기능) 존재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첨단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중 기술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31일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엔비디아와 웨탄(사전 통지 후 대면 면담)을 시행해 H20 칩에서 발견된 백도어 등 보안 취약점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당국은 H20 칩이 중국 내 판매되는 과정에서 인터넷 및 데이터 보안상 위협이 된다며, 엔비디아 측에 관련 보안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인터넷안전법, 데이터안전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지 규정에 따른 조치다.

H20는 엔비디아가 기존 고성능 AI 반도체 H100의 중국 수출 통제 이후 성능을 낮춰 대체용으로 설계한 칩이다. 백도어란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 설계·제조 단계에서 시스템에 몰래 삽입된 허점으로, 제조사 등 제3자가 사용자 동의 없이 기기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를 말한다. 이번 중국 당국의 조사로, H20 칩의 미국식 설계 과정에서 원격 차단·위치 추적 기능 등 의도적 제어 기술이 삽입됐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엔비디아의 H20 칩은 중국 시장 외에도 글로벌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중국 정부는 이번 보안 진단이 단순한 기술 점검을 넘어 미국의 보안 리스크 의도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수출 칩에 위치 추적 기술 장착을 촉구하는 정치권 논의가 이어졌고, 미국 AI 분야 전문가들 역시 시스템 감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은 핵심 대체 시장이자, 각종 데이터 보안 규제가 급속히 강화되는 지역이다. 이번 엔비디아 H20 백도어 논란은 지난 4월 이후 멈춰 있던 양국 간 칩 교류 재개 직후 나왔다. 현지에서는 엔비디아가 추가 기술 증명을 거치기 전까지 H20 등 미국 AI 반도체의 중국 내 신규 사업 전개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중국의 조사 요구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가, 향후 미중 간 첨단 기술 거래의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망 투명성과 보안 증명이 한층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며 “AI 하드웨어 산업은 기술력뿐 아니라 데이터 주권, 국가 간 신뢰 구축이 성장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이번 보안 논의가 실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재편을 촉진할지 예의주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