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대사치료 신약 승부수”…화이자, 멧세라 인수로 3파전 예고
비만 치료제와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이 글로벌 제약사 사이의 패권 경쟁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화이자가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를 약 10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에 최종 서명하면서, 실패했던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선점한 가운데 화이자가 신규 후보물질을 확보해 3파전 구도를 이끌지 주목된다.
시장에 따르면 화이자는 지난 7일 멧세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가는 주당 86.25달러로 현금 지급과 성과 달성 시 추가 보상이 붙는 구조다. 이는 올해 9월 처음 제안한 73억 달러에서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의 진입에 힘입어 약 27억 달러 상승한 금액이다. 멧세라 주주총회는 이달 13일로 예정돼 있어 절차도 신속하게 마무리될 전망이다.

화이자는 “본 계약을 통해 멧세라의 비만·대사 치료 후보물질 권리 전부를 직접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멧세라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주 1회 또는 월 1회 투여하는 주사형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MET-097i), 여기에 월 1회 아밀린 유사체(MET-233i) 단독 및 병용요법, 그리고 임상 진입이 임박한 경구용 GLP-1 후보물질이 포함된다. GLP-1 계열은 식욕 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효과가 확실해 비만 치료 신약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간 화이자는 2024년 초 먹는 GLP-1 제제 ‘다누글리프론’ 개발 중단으로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했다. 임상에서 간 손상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파이프라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나, 멧세라 인수로 자체 후보물질과 상업화 권리를 단숨에 확보했다. 이번 딜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독점하던 시장에 화이자가 합류, 기존 ‘양강’ 구도를 흔드는 변수로 부상했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유럽에서 이미 GLP-1 계열 비만약 경쟁이 최대 격전장으로 떠올랐다”며 “화이자가 멧세라와 동맹을 맺으면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3강 체제로 개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멧세라 인수의 배경에는 노보 노디스크가 법적·규제 리스크(미국 연방거래위원회 반독점법 지적)로 인수전에서 물러선 점도 작용했다.
개별 신약의 허가·상용화에는 아직 임상 시험 통과와 규제 승인이 남았으나, 멧세라는 GLP-1 계열에서 주요 신약후보의 내약성 개선, 투약 간격 혁신 등을 앞세워 경쟁력을 예고한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미국 FDA의 시판 허가, 현지 보험 적용, 신속 승인 프로그램 활용 등 규제 변수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이번 인수 합의가 조만간 최종 마무리되면, 글로벌 비만·대사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국면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대형 제약사 간 기술력과 임상 속도뿐 아니라, 규제 환경·제도적 변수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경쟁력이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