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폐지, 방미통위 신설”…미디어산업 구조 전환 신호탄
미디어·통신산업의 관리체계가 17년 만에 완전히 바뀐다.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 정책과 유료방송 기능을 포괄하는 새 정부기구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정치적 갈등과 조직 마비로 산업 혁신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 누적된 가운데, 이번 개편이 방송과 ICT 융합 미디어 패러다임 전환의 기점으로 주목받는다. 업계는 정책 체계 일원화와 OTT 등 뉴미디어 정의 논쟁이 산업 구조 재편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8일 행정안전부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를 17년 만에 공식 폐지하고 방미통위를 새정부조직 내에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방송정책 관련 기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 사이에 분산돼 산업계 혼란 및 규제 공백을 낳았다는 점을 개편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2008년 합의제 기구로 출범한 방통위는 대통령·국회 추천 위원 체제에서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의사결정 정체 등 약점을 노정해왔다. 실제 올해 들어 이진숙 방통위원장 단독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정책 집행은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방미통위 위원 구성은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명 체제로 개편된다. 위원장은 대통령 지명, 여야가 각 1명씩 상임위원을 추천하며 비상임위원 4명도 국회 교섭단체 배분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특정 정당이 권한을 독점하기 어렵게 하며, 위원장-국회간 견제장치를 강화하는 제도적 변화다. 방송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정치적 논쟁 구조를 줄이고, 공영성과 산업 혁신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개편은 기존 조직 변경이 아닌 법적 폐지 후 신설 방식이라는 점에서 산업계 파장도 크다. 방통위의 러닝메이트였던 이진숙 위원장은 사실상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해임 절차를 밟는다.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출신 양한열 오픈미디어연구소장은 “방송정책 이원화로 업계 혼란과 산업 발전의 장애가 컸다”며 “방미통위 설립은 미디어 경쟁력 도약의 중요한 계기”라고 진단했다.
향후 방미통위는 종전 방통위가 주도했던 지상파·종편·보도채널에 이어, 과기부 소관이던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정책을 통합 관리하게 될 전망이다. 미디어발전민관협의회 구성을 통해 구체적 세부기능을 조정하고, 정부조직법 개정과 행정작용법 조율이 순차 진행될 예정이다. 급증하는 유료방송업계의 디지털 전환 및 시장 변화 대응이 현장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의 규제 권한 분배다. 정부조직 개편 발표 시점까지 어떤 부서가 OTT를 관장할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와 현장은 “OTT,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AI 융합 미디어 등 신유형 서비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별법이 아닌 포괄적 미디어 서비스법이 필요하다”며 “기술 혁신 주기가 빠른 만큼 정교한 법적·관리체계 정립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업계는 미디어발전민관협의회 논의 결과에 따라, 추후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 재조정을 거쳐 방미통위 기능·조직 세부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OTT 산업이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언급하면서, 규제가 산업 성장을 앞서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규제 주체와 미디어 서비스 정의 협의 등 ICT·미디어 산업의 신질서 구축이 관건”이라면서, “기술 변화와 산업 구조 전환이 서로 조응할 수 있게 법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방미통위의 출범이 실제로 미디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