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사법심사 대상 아냐"…윤석열, 내란 특검 첫 선고 앞두고 정면 항변
내란 혐의를 둘러싼 충돌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맞붙었다. 내란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시작된 12·3 비상계엄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사건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과 법조계를 다시 긴장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네 건에 이른 형사 재판 가운데 첫 결론이 구속 기한과 맞물리면서 향후 정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 백대현 부장판사는 12월 1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선고 기일을 내년 1월 16일로 잡겠다고 밝혔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내란 특검법에 따라 7월 19일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한 만큼, 법이 정한 1심 선고 시한인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내란 특검법상 1심 선고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며 "내년 1월 16일 선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 만료일인 1월 18일을 이틀 앞두고 첫 재판의 결론이 내려지게 됐다. 재판부는 이달 19일 또는 26일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특검팀은 재판부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검 측은 법정에서 "특검법 취지에 따라 선고기일을 지정해줘서 감사드린다"며 "재판부 일정에 따라 재판이 종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법이 공직선거법과 유사하게 재판 진행 기한을 강행 규정으로 두고 있는 만큼, 특검은 신속한 심리와 선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다른 재판의 진행 상황을 이유로 선고 연기를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 아래 별도로 진행 중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먼저 마무리한 뒤에야 체포 방해 사건 선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내란 혐의 사건은 내년 1월 초 결심이 진행될 경우 2월께 1심 선고가 예상되는 이른바 본류 재판이다.
변호인 송진호 변호사는 "특검은 '계엄이 불법이고 그 불법을 지시하고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는데, 계엄이 불법인지 여부는 내란 사건에서 다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 선고는 그 사건을 기다렸다가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말씀드린다"며 내란 본안 재판 결과를 전제로 한 판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 사건의 쟁점이 구별된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계엄 선포 이후 관련 내용을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피고인의 행위 적법성 여부를 심리하는 것"이라며 "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에 해당하는지, 불법인지는 이 사건 쟁점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 일정은 원칙을 말씀드린 것이고 검토 중에 다른 쟁점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변경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직접 발언에 나서며 대통령의 계엄 선포 권한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대통령 계엄 선포와 관련해 실체적·절차적 요건이 충족됐는지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사건에서 '내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 대통령 판단을 존중해야 하므로 국무회의 심의권 침해라는 것 자체가 허물어진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특검법상 재판 기한 내라는 조항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거법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재판의 전제가 되는 심리 결과를 고려하시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헌법상 대통령의 비상권 행사 범위와 사법부의 통제 가능성을 놓고 향후 헌법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형식만 갖추기 위해 국무위원 일부만 소집하고,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혐의를 포함해 여러 행위를 묶어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허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하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관련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받는다. 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올해 1월 집행하려던 체포영장을 대통령경호처가 막도록 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돼 있다. 특검은 이 같은 행위 일체를 체포 방해 및 증거 인멸 시도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1월 16일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대통령의 비상권 행사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나머지 재판에도 방향성을 줄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판결 내용에 따라 보수·진보 진영의 해석이 극명하게 갈리며 대립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란 특검 재판부가 법정 기한 준수 원칙을 재확인한 만큼, 법원은 연말까지 주요 쟁점을 정리한 뒤 새해 들어 신속히 판결문 작성에 돌입할 전망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본류 사건도 내년 초 결심과 선고를 앞두고 있어, 내년 상반기 내란 특검 수사의 법적 평가는 윤 전 대통령 재판부의 잇단 판단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