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법정 소란·모욕적 언사 수집 중"…조은석 내란특검, 변협 징계 절차 착수 시사

배주영 기자
입력

정치권과 사법부를 둘러싼 계엄 수사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법정 질서 위반 논란, 사법부 긴급회의 의혹, 헌법재판관 인사 개입 정황 등을 잇따라 점검하며 정국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4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의 법정 질서 위반 행위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 징계 절차를 촉구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의 법정 소란과 모욕적 발언을 문제 삼으며 변호사 윤리 위반 여부를 변협에 알리겠다고 했다.  

박 특별검사보는 김용현 변호인단 문제에 대해 "김용현 변호인 측의 법정 소란이나 소동, 모욕적인 언사 등은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라며 "변호사 윤리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징계 권한이 있는 변협에 참고 자료를 송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정은 어느 장소보다 신성해야 하고, 변호사는 법정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이 있다"며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재판에서 그런 행동이나 언사는 법정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 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 특검이 직접 나서 유관 기관 징계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앞서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들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과 함께 퇴정 명령을 받은 뒤 재판부에 항의하며 소란을 일으켜 감치 명령을 받았다. 이후 집행 곤란을 이유로 석방된 뒤 유튜브 채널 진격의 변호사들에 출연해 재판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법원은 재판부 권위를 훼손한 행위로 보고 감치 재집행 방침을 세운 상태다.  

 

특검팀은 계엄 관련 본 수사에서도 김용현 전 장관 연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비상계엄 준비 과정에서 노상원 전 국군기무사령부 정보사령관이 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정보를 넘겨받는 과정에 김 전 장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노상원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의혹 등을 수사할 제2수사단을 만들기 위해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을 통해 정보사 요원 인적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로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의 역할 구분, 보고·지시 체계, 정보 활용 목적을 중심으로 추가 연루 범위를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선포 당시 사법부 움직임도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이날 내란 특검팀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대법원 긴급회의가 계엄 대응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사법부 관련 수사 상황과 관련해 "사법부에 대해 고발장이 다수 접수돼있고, 여러 가지 의혹 보도도 있어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계엄 선포 이후 열린 사법부 내부 회의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특히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대법원에서 긴급회의가 열린 경위와 회의 내용, 대법원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에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회의 소집 주체, 참석자, 논의 안건 등 구체 사실을 묻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계엄 가담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특검에 송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직접 해명에 나선 바 있다. 그는 당시 긴급회의 관련 질문에 "아닌 밤에 홍두깨식 비상계엄 때문에 영문 파악을 하기 위해 사발통문식으로 긴급하게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천 처장은 "(당시) 차장·실장들이 느닷없는 비상계엄 소동 때문에 영문을 몰라서 걱정돼 서로 전화로 이야기하다가 '모여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나온 것"이라며 "그러다 대법원장한테도 알리자고 해서 비서실장을 통해 전화로 알렸고, 대법원장은 밤 12시 40분에 행정처에 등청했다"고 증언했다. 사법부는 계엄 가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단순 상황 파악 차원의 회의였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사 범위는 청와대 인사 라인으로도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헌법재판관 미임명·지명 의혹과 관련해 이원모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이 헌법재판소 구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절차다.  

 

내란 특검은 같은 사안으로 이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 인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 배제나 지명 지연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 어느 수준까지 청와대·정부 핵심이 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수사 대상을 과도하게 넓히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지만, 야권은 계엄 선포와 헌법기관 인사 문제, 사법부 대응까지 전반을 한 묶음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법부와 대통령실, 군 주요 인사들이 동시에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향후 정치적 파장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내란 특검 수사가 법조계 징계 문제에서 최고법원과 헌법재판소 인사 의혹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정국은 한층 거센 공방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검팀은 관련 고발과 의혹 보도를 토대로 계엄 선포 이후 국가기관별 대응 과정을 계속 점검할 계획이며,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내용에 따라 후속 책임 논의와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배주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조은석내란특검#김용현전국방부장관#이원모전공직기강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