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글씨 메모 공방 재점화”…윤석열 내란 재판에 홍장원 재출석
내란 혐의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 핵심 증인이 다시 소환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법정에서 다시 맞붙으면서, 이른바 홍장원 메모와 폐쇄회로TV 화면을 둘러싼 진술 신빙성 논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2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에 관한 속행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이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홍장원 전 차장은 국회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그리고 형사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싹 다 잡아들여서 이번에 싹 다 정리해라",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직접 들었다고 반복해 증언해 왔다. 지난 13일 속행 공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내놨고, 그 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이후 약 9개월 만에 법정 대면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기일에는 특검팀의 주신문이 중심이 됐다. 반면 이날 재판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라, 홍장원 전 차장 진술의 세부 내용과 신빙성을 겨냥한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방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홍장원 메모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서 체포 대상 명단을 전달받은 뒤 곧바로 이를 받아 적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이 메모의 작성 경위와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메모 글씨를 가리켜 "지렁이 글씨"라고 표현하며 신빙성을 깎아내리려 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 청사 폐쇄회로TV 화면과 홍장원 전 차장의 초기 진술 사이의 불일치도 쟁점으로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홍 전 차장은 당초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국정원 청사 내부에서 체포 명단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확인된 CCTV 화면에는 문제의 시간대에 홍 전 차장이 청사 내부가 아니라 청사 앞 공터를 지나가는 장면이 포착돼 있어, 방어 측이 진술 신빙성을 거듭 문제 삼고 있다.
홍장원 전 차장은 지난 기일 재판에서 CCTV 시각과 영상 편집 여부를 둘러싼 의문을 제기하며 반박했다. 그는 "국정원에 CCTV를 납품한 업체에 확인해보니 약간의 시차가 있다고 했다"며 기술적 오차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어 "CCTV 공개가 상당히 편집된 상태에서 편파적으로 공개된 게 아닌가 의문"이라고 밝히며, 영상 증거 자체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날 홍장원 전 차장에 대한 반대신문을 마무리한 뒤, 방첩사 과학수사센터장을 증인으로 불러 짧게 신문할 계획이다. 체포 명단 전달 경위와 방첩사 내 보고 체계, 과학수사 관련 기록 관리 방식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와 초기 진술, CCTV 영상 사이의 모순을 집중 부각할 경우, 증인의 전체 진술 구조를 흔들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특검과 홍 전 차장은 지시 발언의 구체성과 국정원과 방첩사 조직 특성 등을 근거로 핵심 진술은 일관된다고 맞설 전망이다.
내란 혐의 재판의 향배는 홍장원 전 차장 진술의 신빙성 평가와 CCTV 등 물적 증거의 해석에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법원은 이날 심리를 토대로 남은 증인신문 계획과 추가 증거조사 여부를 조율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술 공방의 내용과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