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가담·김건희 청탁 수사 무마 의혹" 박성재 불구속 기소…한덕수도 재판행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 의혹을 두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이 정면 충돌했다. 계엄 가담과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무마 의혹, 헌법재판관 인사 논란이 한꺼번에 재판대에 오르며 정국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1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검찰 조직을 동원해 내란 범죄에 단계적으로 가담하고,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부적절하게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법무부에서 실·국장 등 간부 10명이 참석한 회의를 소집해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했다. 아울러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는 출국금지팀 대기를, 교정본부에는 수용 여력 점검과 추가 수용 공간 확보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이 조치들이 계엄 하에서의 대규모 사법·행정 통제를 준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 검찰과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담은 이른바 권한 남용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계엄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전달받은 뒤 삭제했다. 문건은 검찰과 소속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입법권, 탄핵소추권, 예산심의권 등을 남용하고 있으며,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문건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리 논리로 사용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또 김건희 여사로부터 부적절한 청탁을 받은 정황도 공소장에 포함했다. 2024년 5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이후, 김 여사는 박 전 장관에게 검찰 관련 상황 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을 전달했다.
그 글에는 전담수사팀 지시가 이원석 총장 지시인지, 김창진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차장검사가 보고한 것인지 여부를 묻는 내용과 함께 검찰국장에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이 요청을 받은 뒤 담당 실무자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하도록 지시하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 여사 수사를 담당하던 검사장과 1∼4차장검사 전원을 교체한 인사 조치는 공소 제기 범위에서 제외됐다. 특검팀은 대통령 배우자 관련 사안인 만큼 향후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모두 기각하면서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이후 한 차례 추가 소환조사를 거쳐 박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박 전 장관 측은 그동안 계엄 관련 회의와 지시는 통상적 직무 범위라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는 헌법재판관 인사와 미임명 논란으로도 확산됐다. 특검팀은 같은 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정진석 전 비서실장,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나란히 기소했다.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제때 임명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국회는 2024년 12월 26일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등 3명을 새로운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했지만,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전 총리는 여야 합의 미비를 이유로 임명을 미뤘다.
이 조치에 대해 국회는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사실상 거부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했다며 탄핵을 소추했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권한을 승계한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 3명 중 정계선, 조한창 후보 2명을 우선 임명했으나, 마은혁 후보의 임명은 여야 합의를 이유로 계속 보류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인사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함상훈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이완규 당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행위도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2025년 4월 이후 헌법재판소가 한 전 총리 탄핵을 기각하면서 한 전 총리가 권한대행에 복귀하자, 그는 국회가 추천한 마은혁 후보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이어 임기 종료를 앞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부장판사를 지명했고, 대통령실에 인사 검증을 의뢰한 지 하루 만에 절차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인사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인사 검증 담당자들의 직무 권한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조은석 특검팀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전 총리가 대통령실 인사라인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김주현 전 민정수석, 정진석 전 비서실장,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공범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 및 임명 과정에서 검증 축소와 절차 왜곡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소위 안가 회동 관련 위증 의혹과 관련해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 전 부총리를 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국회와 사법 당국에서의 진술 신빙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은석 특검팀의 대규모 기소로 내란, 계엄, 사법·인사 농단 의혹은 모두 법정 다툼 단계에 접어들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와 내각의 의사결정 구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법적 책임 범위, 검찰과 법무부의 역할이 집중적으로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내란 수사와 관련한 대규모 기소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며,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특검 수사와 관련된 후속 입법과 추가 국정조사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