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3.0이 게임 바꿨다”…알파벳 급등에 뉴욕증시 기술주 랠리, AI 패권 구도 재편 주목
24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0’을 둘러싼 호평이 이어지며 기술주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번 랠리는 미국 빅테크 간 AI 패권 경쟁 구도에 변곡점을 예고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반도체 공급망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0포인트(0.01%) 내린 46,239.01에 마감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3.68포인트(0.66%) 오른 6,646.67을 기록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313.39포인트(1.41%) 급등한 22,586.47에 올라섰다. 기술 업종이 시장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지수별로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이번 주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체 거래 참여는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기대가 커지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특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상승장을 견인했다.
시장에서는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3.0’에 대해 성능과 비용 경쟁력 모두에서 기존 모델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AI 모델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바꾸고 기술 발전 경로를 재정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알파벳이 자리했다. 자체 AI 모델 경쟁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알파벳이 ‘제미나이 3.0’을 앞세워 빅테크 경쟁사들을 압박하는 구도가 형성됐고, 이에 힘입어 알파벳 주가는 장중 6%를 웃도는 급등세를 보였다. 알파벳 시가총액은 3조6천200억달러를 돌파해 약 3조5천100억달러 수준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미국 증시 시가총액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제미나이 3.0’에 대한 경쟁사들의 평가도 화제를 모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모델과 관련해 “이제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라며 당분간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AI 혁신을 선도해온 오픈AI 수장이 공개적으로 구글을 추격 대상으로 지목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계정에 “축하한다”는 글을 남겨 제미나이의 성과를 인정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특히 ‘제미나이 3.0’이 AI 인프라의 비용 구조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AI 서비스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 과정에서 GPU 구매와 유지, 감가상각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AI 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구글은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를 중심으로 제미나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외부 GPU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결합해 비용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빅테크 기업 가운데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직 계열화한 사례로 평가받으며, 장기적으로 AI 칩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로 거론된다.
이 같은 기대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알파벳은 강한 매수세를 흡수했고, AI 관련 기술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반면 GPU 중심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와, 오픈AI에 대한 투자 노출이 큰 MS는 상대적으로 투자 심리가 약화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0.61% 하락했고 MS도 0.75% 내리며 약세를 보였다.
미국(USA)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업계에서도 ‘제미나이 3.0’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3년 동안 매일 ‘챗GPT’를 사용해왔고 ‘제미나이 3.0’은 이번에 2시간 사용한 것이 전부”라고 전제하면서도, “추론, 속도, 이미지, 비디오 등 모든 것이 더 선명하고 빨라졌고, 이는 놀라운 발전이며 다시 ‘챗GPT’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AI 플랫폼 선호도가 바뀔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업종별로는 기술이 1.21%, 통신이 3.46%, 임의소비재가 2.04% 상승해 강세를 보였다. ‘제미나이 3.0’의 부상에 힘입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30%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약보합권에 머물렀지만, 브로드컴이 7.48% 급등했고 AMD는 4.33%,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7.11% 상승하는 등 반도체 개별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브로드컴은 구글 TPU 제조 측면에서 핵심 파트너로 알려져 있어, 이날 가파른 주가 상승이 AI 칩 공급망 재편 기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브로드컴의 급등과 엔비디아의 약세가 결합된 흐름을 두고 “GPU 중심 시장에서 맞춤형 AI 가속칩과 수직 통합형 생태계로 무게중심이 일부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의약품 대형주 일라이릴리는 0.33% 하락했다. 이 종목은 지난주 시가총액 1조달러를 처음 돌파한 이후 차익 실현 움직임이 이어지며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장 기대가 높았던 헬스케어 종목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AI와 반도체 등 성장 기술주로 이동하는 회전 현상도 관측된다.
유럽 주요 증시는 미(USA) 증시와 마찬가지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유로존 블루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0.25% 오른 5,528.67에서 거래됐다. 영국(UK) FTSE100 지수는 0.07% 상승했고, 독일(Germany) DAX 지수는 0.66% 올랐다. 프랑스(France) CAC40 지수는 0.05% 내리며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유럽 증시에서는 미국 기술주 랠리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각국 경기와 통화정책을 둘러싼 변수 탓에 제한적인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국제 유가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같은 시각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0.12% 하락한 배럴당 57.98달러에 거래됐다. 중동·유라시아 산유국의 감산 정책과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맞물린 가운데, AI·기술주 랠리와 대비되는 에너지 시장의 온도차가 부각됐다.
AI 패권 경쟁과 관련해 뉴욕 현지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제미나이 3.0’ 이슈를 미국 빅테크 간 2라운드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앞서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중심이 된 1차 AI 붐이 GPU 기반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비용 효율과 맞춤형 칩 설계를 앞세운 구글·브로드컴 동맹이 새로운 균형추로 떠올랐다는 해석이다.
향후에는 미국 내 빅테크뿐 아니라 중국(China)과 유럽(EU) 테크 기업들도 각자 AI 칩과 모델을 결합한 독자 생태계를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은 제미나이 3.0의 실제 서비스 성과, 경쟁사의 후속 모델 발표 속도, 각국 규제 환경에 따라 AI 관련 종목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자본시장은 구글의 이번 AI 행보가 기술 패권 구도와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