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 지방선거 핵심 이슈로 부상"…강기정·김영록 구상 엇갈려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군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통합 시기와 방식,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셈법이 얽히면서 지역 정가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맞물리며, 그동안 선언 수준에 머물렀던 구상이 현실 정치 의제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30일 광주·전남 정치권에 따르면, 광주시장 후보군은 행정통합 논의의 속도와 방법을 놓고 각기 다른 로드맵을 제시하며 정책 경쟁에 들어갔다. 반면 전남지사 후보군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민 수용성과 공동 사업 우선 등을 내세우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그동안 고수해 온 선 기능통합, 후 행정통합 기조를 접고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전남이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화했고,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체제를 통한 국가균형발전 전략 아래 행정통합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힌 만큼 상황이 급변했다"며 "전남과 행정통합 공동 추진기획단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통합 광역단체장 선출을 전제로 한 광주·전남 5극 3특 행정통합특별법을 언급하며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광주·전남 5극 3특 행정통합특별법이 통과되면 시도민을 설득해 통합 광역단체장 선출까지 감수하겠다"며 "시기나 방법은 유동적이지만, 지금 바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루 앞서 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2030년 행정통합 완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정치적 약속을 담은 사회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2030년 차기 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한다는 구상을 전제로 "차기 시·도지사 임기 4년 동안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통합 설계를 마무리하자"며 속도 조절론을 함께 내놨다.
문인 광주 북구청장은 보다 강경한 통합론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청장은 지난 11월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에서 "통합이 이뤄진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행정통합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유일한 해법이라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소멸 위기를 거론하며 조속한 통합 추진을 거듭 주장해 왔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통합의 실질적 완결 시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차기 단체장 임기 4년 내 통합을 실질적으로 완결해야 한다"고 밝히며, 광주의 인공지능 인프라와 전남의 자원을 결합한 호남 메가시티 구상을 제시했다. 행정통합을 광역 경제권 구축 전략과 연계하는 셈이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단일 통합 단체장 선출을 주장하며 가장 과감한 입장을 내놨다. 정 의원은 광주·전남 5극 3특 행정통합특별법을 주도해 대표 발의한 당사자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단일 통합 단체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히며 논의를 선도하고 있다.
전남지사 후보군은 광주시장 후보군의 속도전과는 결을 달리한다. 행정통합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주민 동의와 공동 사업 추진 등 충분한 준비를 전제로 한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다만 김영록 전남지사가 최근 한층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전남 정치권의 셈법에도 변화 조짐이 읽힌다.
3선 도전을 공식화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그동안 "행정통합은 주민 동의와 충분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 왔다. 그러나 그는 이날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해 추진기획단을 만들어 준비하겠다"고 선언하며 기류 전환을 시사했다. 김 지사는 이어 "정부와 힘 있는 대통령이 행정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시기가 다시 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언급해, 현 정권의 정책 의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드러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구역 통합에 앞서 실질적 연합을 중시했다. 그는 "행정구역만 합치는 물리적 통합보다 RE100 산업단지, 전남형 기본소득 등 주민 삶에 직접 닿는 공동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내년 지방선거 이후 실질적 연합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밝혔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전남이 더불어민주당의 본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두 지역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묶는 상생 발전 관점에서 행정통합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치적 지지 기반을 공유하는 만큼,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취지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찬반을 명시하기보다 행정 효율성과 지역 균형 발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는 행정통합이라는 형식보다 "광주·전남이 어떻게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지사 후보군 전반은 그동안 통합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전제로 한 신중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김영록 지사가 추진기획단 구성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서면서, 다른 후보들도 보다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가시화되고 중앙정부의 정책 의지가 뒷받침되면서, 행정통합이 지방선거 주변 의제를 넘어 핵심 정책 경쟁 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 후보군은 즉각적 통합과 단계적 접근, 통합특별법 제정 여부, 차기 임기 내 완결 가능성 등을 두고 세부 노선을 달리하며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주민 수용성, 행정 비용 부담, 정부 재정 지원, 광주·전남 내부 기초단체와 지방의회 간 이해관계 조정 등 현실적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현 단체장의 임기 포기 문제와 통합 과정에서 단체장 직이 사라지거나 임기가 단축될 수 있는 리스크도 정치권이 쉽게 결단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행정통합 논의를 넘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시군구 통폐합, 풀뿌리 민주주의의 틀을 이루는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대한 대개조 필요성이 제기된다. 행정통합이 특정 지역의 단일 현안을 넘어, 국가 차원의 지방 행정 구조 재편 논쟁으로 확산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현직이나 후보군은 행정통합에 대해 과감한 약속을 할 수 있으나, 당선 이후에는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단체장 직이 사라지거나 임기가 단축될 수 있는 구조라 내년 당선자 입장에서는 선거 때 강조한 행정통합을 계속 주장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며 "실제 추진 동력이 생길지, 공약 경쟁에 머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둘러싼 정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야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후보군 내부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와 정부는 통합특별법 제정 여부와 지원 방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지역 민심과 여론의 향배가 향후 정국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