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우신염 패턴 읽는다”…병원, 조기진단 높여 합병증 줄이기 나서
고열과 오한,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는 급성 신우신염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 기술의 새로운 적용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의무기록과 영상, 소변 검사 데이터를 통합해 조기 신우신염 위험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기존에 ‘늦게 발견되면 패혈증으로 악화되기 쉬운 감염질환’이 IT 기반 조기경보 체계를 통해 관리되는 흐름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신우신염 AI 예측 모델이 본격 상용화될 경우, 입원 기간 단축과 항생제 사용 최적화, 만성 신부전 예방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신우신염은 신장과 신우 등 상부 요로계에 세균이 침투해 생기는 감염성 질환으로, 대장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들어간 뒤 상행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로나 스트레스, 당뇨병, 임신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잘 발생하며, 24시간 이내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 전신 피로감이 나타난다. 겉으로는 감기와 유사하지만 기침이나 가래, 콧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고 옆구리와 등 부위의 통증, 소변 시 통증, 빈뇨, 악취가 나는 소변, 혈뇨 등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국내외 대학병원과 의료 인공지능 기업들은 이런 비전형적인 초기 패턴을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 신우신염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체온과 혈압, 맥박 같은 생체신호와 더불어 혈액검사에서의 백혈구 수, C반응단백 수치, 소변검사 이상 소견, 이전 방광염 진단 이력 등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응급실과 외래 단계에서 신우신염 가능성을 실시간 점수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경험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던 영역이었지만,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이 감염 패턴을 정량화하면서 의사의 진단 결정을 보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기술 구현의 핵심은 다차원 데이터 융합에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신장 초음파 이미지와 CT 영상까지 딥러닝 알고리즘에 연동해, 염증으로 인한 신장 부종이나 지방층 음영 변화를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을 시험 중이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더해 과거 진료기록과 증상 서술, 투약 이력에서 ‘재발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분류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감염내과와 신장내과, 영상의학과 데이터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어, 단순 발열 환자 중 누가 신우신염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지 확률로 제시하는 구조에 가깝다.
시장성과도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신우신염 환자의 70퍼센트 이상이 여성으로, 특히 20대부터 50대까지 활동 인구 비중이 높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항문과의 거리가 가까운 해부학적 특성으로 인해 세균 침투가 용이해 남성 대비 발생률이 3배 수준으로 높게 나타난다. 감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 1주에서 2주 내 호전되지만, 발견이 늦으면 패혈증과 급성 신부전으로 이어져 장기간 입원과 투석, 집중치료가 필요해 의료비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특히 이 영역은 디지털 헬스케어와의 접점이 뚜렷하다.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기기에서 측정되는 피부 온도와 심박수 변화, 수면 패턴 이상 데이터를 활용해 ‘잠복 감염 신호’를 감지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일부 플랫폼은 배뇨 빈도와 수분 섭취량을 앱에 기록하고, 클라우드 기반 AI가 방광염에서 신우신염으로 진행할 위험을 평가해 병원 내원 시점을 안내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항생제 복용 순응도와 체온 변화를 추적하고, 악화가 의심되면 알림을 보내는 디지털 치료 보조 모델도 연구 단계에 올라 있다.
글로벌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병원은 이미 응급실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신우신염 예측 점수를 연동해, 고위험군 환자에게 조기 영상검사와 정맥 항생제 치료를 권고하는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같은 발열 환자라도 AI가 제시한 위험 점수에 따라 혈액배양 검사 여부와 입원 결정 기준을 차등화해, 의료 자원 배분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국내에서는 감염질환 AI 솔루션들이 폐렴, 패혈증, 코로나 이후 요로감염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규제와 제도는 아직 정교한 정비가 필요한 단계다. 신우신염 예측 모델 다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형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아야 실제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학습 데이터 내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편향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대나 성별 데이터가 과도하게 반영되면, 남성 고령 환자의 위험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다. 의료진이 AI의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도록, 예측에 크게 기여한 검사 항목이나 증상 변수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도입이 중요한 이유다.
윤진구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우신염은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환자도 의료진도 초기에 간과하기 쉽다”며 “AI와 디지털 헬스 기술이 조기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열이 지속되거나 소변 양상이 변하고 옆구리 통증까지 동반되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며, 치료가 끝난 후에도 재발과 만성 신우신염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신장 기능과 소변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신우신염을 비롯한 요로감염 관리가 향후 신장 질환 디지털 헬스 플랫폼의 핵심 모듈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 조기 발견과 항생제 사용 최적화, 만성 신부전 예방을 한 번에 묶는 데이터 기반 관리 모델이 형성되면, 환자와 의료기관, 보험자 모두 비용과 위험을 줄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IT 업계는 AI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검증을 거쳐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인프라가 얼마나 빨리 구축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