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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냄새 따라 걷고, 꽃향기 속에 쉰다”…흐린 날씨에도 대전은 문화의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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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냄새 따라 걷고, 꽃향기 속에 쉰다”…흐린 날씨에도 대전은 문화의 도시로

장서준 기자
입력

요즘 흐린 날에도 대전을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나들이는 쾌청한 날씨에만 어울린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구름 낀 도심의 빛과 빵 굽는 냄새만으로도 일상의 작은 행복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늦여름의 흐린 아침, 온도계는 23도를 가리키고 바람은 조용히 도시 골목을 감싼다. 성심당 앞에는 늘 그렇듯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선다. 튀소구마의 따뜻한 단내, 부추빵의 풍취는 ‘대전 미식 여행’의 대표 장면이 됐다. 한 젊은 여행객은 “빵 하나 들고 거리 걷는 것만으로도 특별해지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은 빵집을 지나 곧장 문화로 걸음을 옮긴다. 둔산대로의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이 고요하게 관람객을 맞는다. 문자 추상을 닮은 외관, 명상 같은 전시 분위기에서 “예술의 깊이에 잠시 머물다 간다”는 관람 후기가 쌓여간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계절 꽃이 가득한 오월드플라워랜드, 그리고 만인산자연휴양림의 짙은 숲길도 대전의 또 다른 얼굴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잠깐의 나들이만으로도 아이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와 대전시의 자료에 따르면 기상과 상관없이 로컬 음식점이나 공원, 미술관을 찾는 생활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심리학자 정아현은 “일상 속 잠깐의 휴식, 익숙한 동네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준다”며 “도심 속 미식과 문화, 자연의 균형이 새로운 도시 라이프의 본질”이라고 표현했다.  

커뮤니티에서는 “대전은 날씨 탓에 움츠려 있었는데, 그마저도 감상거리로 삼게 된다” “맛집과 예술,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대전에서 내 마음도 덩달아 느릿해졌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대전을 걷는 하루는 이제 삶의 리듬을 바꾸는 쉼표가 되고 있었다. 푸르름과 문화, 그리고 빵 굽는 냄새까지—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싶은 ‘나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장태산자연휴양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장태산자연휴양림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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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성심당#이응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