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해제 표결 방해 움직임 있었나"…내란특검, 김태호 참고인 조사 마무리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둘러싼 내란 혐의 공방이 특검 수사로 옮겨붙었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계엄 해제 표결 과정에 대한 정치권 공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9일 제3의 장소에서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약 3시간 동안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당사 내부 상황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호 의원은 계엄 선포 당시 국민의힘 당사에 머물렀던 의원 가운데 한 명이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 표결이 진행되던 시점에 당사와 국회를 오가는 이동 동선, 회의 진행 경위, 당 지도부 지시 여부 등을 세밀하게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핵심 수사 대상은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의 행보다. 특검팀은 추경호 의원이 계엄 사태 당시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다시 국회로, 또다시 당사로 여러 차례 바꾸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김태호 의원을 상대로 계엄 해제 표결을 지연시키거나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지, 당사 내에서 구체적인 지시나 논의가 오갔는지 여부를 집중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이 당시 상황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지켜본 만큼, 추경호 의원의 혐의 입증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확보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은 앞서 김태호 의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공판 전 증인신문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일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30일, 10월 15일, 11월 5일로 잡힌 공판 전 증인신문 기일마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19일 예정됐던 4차 기일도 김 의원 측과 특검팀이 나란히 기일 연기신청서를 내면서 다시 미뤄졌다.
결국 특검팀은 별도 참고인 조사를 통해 우선 신문에 나선 셈이다. 정치권에선 국회 일정과 수사 일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돼 온 만큼, 남은 관련자 조사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은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에 대한 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김용태 의원 역시 계엄 사태 당시 당사와 국회 주변 상황을 알고 있을 주요 인사로 분류돼 왔다. 김 의원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 기일은 21일로 예정돼 있지만, 현재 기일 연기신청서가 제출된 상태다.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조사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박 특검보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명이라도 더 조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조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일정 협의를 하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 의원을 기소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관련자 조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보다 앞선 3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 이른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인 만큼, 체포동의안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법무부는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오는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나오면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경우 법원은 곧바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이른바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정하게 된다.
여야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내란 혐의의 법적 무게와 정치적 책임 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출신 중진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라는 점에서 방어 논리를 집중할 가능성이 크고, 야권은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정국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할 수 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까지 핵심 관련자 조사를 최대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27일 본회의에서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뒤, 내란 혐의 수사와 별개로 계엄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둘러싼 논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