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화유산 환수·환경 협력까지”…김혜경, 튀르키예 영부인과 문화·환경 동행

배주영 기자
입력

한류와 문화외교를 둘러싼 협력 의제가 대통령 배우인 김혜경 여사와 에미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인 사이에서 부상했다. 문화유산 환수와 환경 협력까지 논의 범위가 넓어지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상징성이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전은수 부대변인은 2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24일 튀르키예 앙카라의 국민도서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부인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와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국빈 방문 수행 일정의 일환으로 국민도서관과 고고학 전시관, 대통령궁 관저 등을 차례로 찾았다.

두 영부인은 먼저 국민도서관 내 한국소설 등이 비치된 한국 코너를 둘러봤다.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는 이 자리에서 “튀르키예 내 한류 인기가 높아 한국어를 배우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김혜경 여사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가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양측은 한류와 한국어 교육을 계기로 한 젊은 세대 교류에 공감대를 나눈 셈이다.

 

이어 두 사람은 도서관 내 튀르키예 전통의상을 관람한 뒤, 어린이 합창단의 아리랑 합창과 플루트·피아노 연주로 구성된 음악공연을 함께 감상했다. 대통령실은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가 다른 나라 정상의 배우자를 위해 별도의 음악공연을 준비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혜경 여사가 피아노 전공자라는 점을 고려한 맞춤형 일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는 앙카라 염소털로 만든 전통 스카프와 가방을 즉석에서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양측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우의를 확인했고, 문화적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한 관계 심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여사와 에르도안 여사는 이후 튀르키예 전역에서 출토된 유물과 해외에서 환수된 문화재가 전시된 고고학 전시관을 함께 찾았다.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는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미래 세대에 정체성과 자긍심을 물려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 환수를 역사 정의 실현의 문제로 규정한 발언이다.

 

김혜경 여사는 한국 역시 해외 유출 문화재의 환수와 보존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랜 문명과 역사를 공유한 두 나라가 문화유산 환수·보존·복원 등에서도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국이 문화재 환수와 보존 분야에서 정책·전문인력 교류 등 실질 협력에 나설 여지를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문화 일정에 이어 환경 의제도 다뤄졌다. 김 여사는 대통령궁 관저로 이동해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의 제안에 따라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활성화 참여를 약속하는 제로 웨이스트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생활 전반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하자는 국제적 흐름의 하나로, 튀르키예에서도 사회운동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

 

김혜경 여사는 서명 후 “에르도안 여사가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분야에서 오랜 기간 주도적으로 노력해 오신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양국의 환경 분야 협력도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문화외교를 넘어 환경·지속 가능성 의제까지 공유함으로써 외교 의제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한편 김 여사는 국민도서관 방문과 별도로 튀르키예 국립 박물관인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도 방문했다. 그는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 “튀르키예는 인류 문명 발전의 전환점을 이룬 지역”이라고 평가하며 양국 문화 및 박물관 분야 협력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대 문명을 기반으로 한 박물관 간 교류와 전시 협력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측이 준비한 기념품을 전달받은 김 여사는 답례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를 선물했다. 뮷즈는 박물관 주요 소장품을 바탕으로 제작한 기념품을 가리키는 말로, 한국 박물관의 콘텐츠와 브랜드를 함께 알리는 효과를 노린 상징적 선물이다.

 

대통령실은 김혜경 여사의 이번 일정이 문화유산 환수와 보존, 환경 의제까지 포괄하는 외교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튀르키예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문화·환경 협력 채널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배주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혜경#에미네에르도안#이재명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