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Game, Own GURO”…구로청소년축제 10번째 봄날에 스며든 주인공의 탄생
요즘은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무대를 꾸미는 축제가 눈길을 끈다. 예전엔 주관식 행사에서 머물던 청소년 축제지만, 이제는 그날만큼은 아이들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자리가 됐다.
구로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구로청소년축제는 다채로운 목소리와 자유로운 거리감이 한데 섞여 있었다. 청소년자치연합 ‘그린나래’의 손끝과 머리에서 출발한 ‘Own Game, Own GURO’라는 주제처럼, 어른이 아닌 청소년 스스로 무대를 만들고, 동아리와 교육기관이 마을 전체를 하나로 연결했다. 댄스, 밴드, 그리고 아이돌 H1-KEY의 무대가 연이어 펼쳐지자 또래들은 열띤 박수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런 변화는 현장의 체험형 부스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에어포스카 만들기부터 페트병 키링 제작, VR트럭과 배틀로봇, e스포츠 코칭 같은 진로 탐색까지 자기 손으로 직접 만지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문예체 동아리와 마을교육기관의 뱃지·네일아트와 색색의 캐릭터 굿즈, 타로와 페이스페인팅 체험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에는 “나도 해보고 싶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푸드트럭 앞의 긴 줄, 음식과 친구, 부모가 우르르 모인 행복한 풍경은 축제의 가장 솔직한 현장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공·청소년주도형 행사에 대해 “아이들이 실패와 도전 사이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알아가는 경험”이라고 해석한다. “축제라는 시간 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직접 만들어본 결과물을 친구, 이웃,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성장에 큰 동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축제를 찾은 한 학생은 “내가 기획한 체험 부스를 흥미롭게 즐기는 또래를 보면서 괜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보호자들도 “요즘 아이들이 축제 현장에서 더 많이 웃고, 직접 참여할 때 표정이 살아난다”며 “지역이 아이들의 성장 무대가 돼주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구로청소년축제의 10주년은 단지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 해마다 스스로 배움을 쌓은 아이들은 지역공동체와 온기를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내가 이 공간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이 축제 깊숙이 스며들었다. 작고 사소한 선택, 그 속에 청소년과 지역사회 모두의 내일이 다양하게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