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용 OECD 4위”…한국, 소아청소년 내성 우려 커진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OECD 회원국 중 4위로 나타나면서, 특히 소아와 청소년 연령대에서의 남용과 내성 위험이 국가적 건강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오백 명 중 25.7명이 매일 약물을 복용하는 셈으로, OECD 평균보다 1.36배 높아 글로벌 비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 관행이 슈퍼박테리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5세 아동의 항생제 사용량은 110 DID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6~11세 역시 58 DID로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 8년간(2016~2023년) 연평균 증가율이 2~5세는 9.1%, 6~11세 8.6%, 12~19세 7.3%를 기록해 성장기 연령층의 항생제 사용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등 내성균 감염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 실제로 국내 CRE 감염은 2017년 5,717건에서 2024년 42,347건으로 7배 이상 증가했고, 관련 사망자 또한 같은 기간 143명에서 838명까지 급증했다. CRE 감염 환자는 폐렴 등 합병 감염시 치명률이 70%까지 보고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항생제 내성을 전 인류가 직면한 10대 건강 위협 중 하나로 경고한다.
특히 이번 상황은 기존 항생제 적정성 평가지표가 단순 처방률에 머물러 있어 문제를 체계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 의원은 “조용히 퍼지는 팬데믹”이라고 규정하며, “처방일수, 투여중복 기간, 연령 세분화 등 항생제 사용 실태 지표를 보다 정밀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항생제 내성 대응을 위해 정부 차원의 엄격한 사용 가이드라인 도입과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가속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 사용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소아청소년 내 남용 문제를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실제 정책 변화와 빅데이터 관리 체계가 얼마나 신속히 안착할지, 그리고 항생제 사용 패턴 개선이 내성 감염률 하락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 임상 현실 간의 균형이 향후 국가 감염병 대응의 핵심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