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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질환 AI 판독 고도화…코어라인소프트, 美특허로 통합진단 가속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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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 컴퓨터 단층촬영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 의료 시장 진입 경쟁의 무기가 되고 있다. 국내 의료 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가 미국에서 고난도 흉부 판독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를 잇달아 확보하며, 폐암과 폐기종, 관상동맥질환을 한 번에 분석하는 통합 플랫폼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특허가 북미 폐암 검진과 심혈관 스크리닝 시장에서 국산 AI 솔루션의 입지를 넓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의료 인공지능 관련 초정밀 기술 2건이 최근 모두 등록됐다고 28일 밝혔다. 특허 명칭은 AI 기반 대표영상 제공 기술과 스트림오더 기반 기도 레벨 결정 기술이다. 두 기술 모두 흉부 CT 영상 수천 장을 자동 분석해 의사가 실제로 판독하는 과정의 효율과 정확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기반 대표영상 제공 기술은 다단계 필터링을 통해 수백 장에서 수천 장에 이르는 흉부 CT 슬라이스 중 진단에 핵심이 되는 컷을 자동으로 추려 하나의 대표영상 세트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의료진이 기존처럼 모든 단면 영상을 순차적으로 넘겨보는 대신, AI가 추천하는 대표영상을 중심으로 병변 위치와 AI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를 통해 영상 탐색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사용자가 대표영상과 실제 병변 일치도를 확인하면서 AI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영상 기반 워크플로는 AI 학습에도 다시 활용된다. 의료진이 대표영상에 대해 판독 소견을 남기거나 오류를 수정하면, 해당 피드백이 재학습 데이터로 축적돼 알고리즘 정밀도가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기존 단순 보조 도구 수준을 넘어, 판독 과정과 AI 모델 개선이 하나의 순환 고리로 연결되는 셈이다.

 

스트림오더 기반 기도 레벨 결정 기술은 환자마다 구조 편차가 큰 기관지 트리의 각 분지 레벨을 더 정확하게 자동 지정하는 알고리즘이다. 일반적으로 기도 분석은 몸 중심부에서 말초로 내려가는 하향식 분석과 말초 분지에서부터 역추적하는 상향식 분석 중 한 가지 방식만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두 흐름을 동시에 계산해 상호 검증하는 스트림오더 개념을 적용, 동일 분지에 대한 레벨 판정 일관성과 재현성을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기도 레벨링은 COPD와 기도폐쇄질환, 기관지 확장증처럼 기도 직경과 벽 두께, 공기 흐름 제한 정도를 정량화해야 하는 질환에서 특히 중요하다. 분지 레벨 매칭이 틀어지면 병변 위치 추적과 치료 반응 평가에 오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상하향식 정보를 결합하는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기도 구조 지도에 가까운 3차원 분석이 가능해지고, 다기관 연구나 장기 추적 관찰에서 데이터 비교 정확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에 따르면 이번 두 건을 포함해 현재 미국에서 보유한 등록 특허는 20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흉부 구조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AI 기반 시각화 기술 특허도 확보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단일 통합 AI 플랫폼에서 폐와 기관지, 관상동맥, 대동맥, 폐기종 등 흉부 전 영역을 아우르는 분석 기능을 순차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개별 질환별 솔루션을 넘어 흉부 질환 전반을 한 번의 CT 촬영에서 평가하는 다중질환 통합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도 병행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클라우드와 의료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호흡기·심혈관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흉부 중심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여기에 현지 의료 IT 기업인 오트밀 헬스, 이미지 케어 등과 파트너십 및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내 설치 병원을 늘리고 있다. 미국 의료기관의 까다로운 품질·보안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특허 포트폴리오와 함께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의료 AI 시장에서 미국 특허는 방어와 공격 수단을 겸한다. 동일 영역에 도전하는 글로벌 스타트업이나 대형 의료기기사의 모방을 억제하는 한편, 병원과의 장기 계약,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조인트 마케팅에서 차별화 요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흉부 질환 AI 사용이 늘고 있어, 코어라인소프트의 미국 특허 포트폴리오는 추후 다지역 허가와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도 활용 가치가 커질 수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달 30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하는 북미영상의학회 연례 학술대회 RSNA 2025에서 차세대 흉부 AI 플랫폼 AVIEW 2.0을 공개 시연한다. 이 플랫폼은 흉부 CT 한 번으로 폐암, 폐기종, 관상동맥질환 등 폐질환 3대 적응증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기존에는 폐암 검진과 관상동맥 CT를 별도 검사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AVIEW 2.0이 상용화되면 동일 영상에서 폐 결절과 폐기종 정도,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 등을 패키지로 산출하는 통합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심혈관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면서, 폐암 검진과 심혈관 스크리닝 모두 최대 규모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저선량 흉부 CT 검진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추세와 맞물려, 한 번의 촬영에서 최대한 많은 질환 위험도를 뽑아내는 효율성이 보험자와 병원 모두에게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VIEW 2.0이 대표영상 제공과 기도 레벨링 등 이번에 특허를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임상 워크플로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는 대표영상 생성과 기도 레벨링을 AI 판독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핵심 기술로 지목하며, 이번 미국 특허가 AVIEW 플랫폼의 다중질환 통합 분석 확장의 기술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AI 업계에서는 미국 특허망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앞세운 코어라인소프트의 전략이 북미 흉부 질환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통합 진단 플랫폼 모델이 표준 진료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런 AI 판독 기술이 실제 보험·제도와 연동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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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라인소프트#aview2.0#rsna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