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0선 회복한 코스피…미 금리 인하 기대에 위험자산 선호 확대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11월 26일 국내 증시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되고 있다. 코스피는 장 초반 3,89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도 1 이상 오르며 동반 강세를 나타내 투자심리 개선 조짐이 포착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물가 지표 둔화가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자극한 결과로 보면서도, AI 반도체 중심의 종목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 23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44포인트 0.92 오른 3,893.22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장 시작 직후 전장보다 34.10포인트 0.88 높은 3,891.88에서 출발해 상승 폭을 소폭 키우는 흐름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84포인트 1.15 오른 865.87로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은 장 초반 7.25포인트 0.85 오른 863.28에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외환시장도 위험자산 선호를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4원 내린 1,465.0원에 개장하며 원화 강세로 출발했다. 통상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강하게 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3분 기준 기관투자가는 1,541억 원어치를 순매수 중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1,258억 원, 외국인은 313억 원 규모를 각각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외국인은 현물과 달리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1,439억 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해 파생상품 쪽에서는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어, 향후 현물 재매수 전환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발 훈풍이 이날 국내 증시 강세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시장 기대를 밑돌며 장 초반 약세를 보였으나, 이후 발표된 소비와 물가 지표가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며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상승 전환했다. 미국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치 0.4를 하회했고,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시장 예상치 0.3와 일치했다. 시장에서는 소매판매 증가율 둔화와 생산자물가 안정이 맞물리며 소비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신호로 해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매크로 지표 흐름과 관련해 미국 9월 소매판매, 10월 생산자물가지수 등 소비와 인플레이션 데이터들이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간의 경험을 고려할 때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직전까지 일부 변수 변동이 나타나더라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AI 관련 모멘텀에서는 경계심을 키우는 이슈도 부각됐다. 미국 기술주 가운데 메타가 구글의 텐서처리장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와 시장 지위가 일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약 2.6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엔비디아 밸류체인으로 평가받던 대표 종목들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실제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엔비디아 연관주로 꼽힌 SK하이닉스는 2.31 하락하며 지수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0.81 상승해 반도체 대형주 내에서 엇갈린 주가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2차전지·자동차·에너지·방산·금융 등 다른 주도 업종들은 대체로 강세를 보이며 지수 방어에 힘을 보태는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39 상승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26, 1.08 오르며 자동차 업종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3.67,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8, KB금융이 1.31 상승하는 등 에너지와 방산, 금융 대형주도 동반 오름세다.
플랫폼·인터넷 업종에서는 네이버 관련 이슈가 시장 관심을 받는다. 네이버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한 합병 절차를 이날 네이버와 두나무 이사회에서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0.59 오르며 강보합권 흐름이다. 반면 SK스퀘어는 1.03, 한화오션은 0.71, HD현대일렉트릭은 0.26 하락하는 등 일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차별화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2.68 상승하며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하고 있고, 전기가스 2.51, 화학 2.22 업종도 강하게 오르고 있다. 경기민감 업종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형국이다. 반면 정보기술 업종은 0.13 하락해 엔비디아 이슈를 반영한 듯 소폭 약세를 보이는 등 업종별 차별화 흐름이 두드러진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같은 시각 기준 개인 투자자는 77억 원, 기관은 25억 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 중이며, 외국인은 18억 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2차전지 관련주의 강세가 눈에 띈다. 에코프로비엠은 4.08, 에코프로는 2.53 상승하며 대표 2차전지 종목들이 동반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바이오 섹터에서는 알테오젠이 0.58, 에이비엘바이오가 1.51 오르는 등 일부 종목이 강보합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펩트론은 0.63, 파마리서치는 0.12, 케어젠은 13.34 하락하는 등 개별 바이오 종목 중심의 변동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소비·물가 지표 둔화를 계기로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된 만큼, 단기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AI 관련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슈와 특정 종목에 대한 기대 약화 가능성이 국내 엔비디아 밸류체인 종목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 모멘텀과 산업 업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해야 하는 구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향후 국내 증시 방향성은 미국 통화정책 결정과 함께 엔비디아 중심의 AI 투자 구도 변동 여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