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봇 전량 매각 추진”…미국 로봇청소기 대표주자, 중국 기업 인수에 글로벌 재편 가속
현지시각 기준 14일, 미국(USA) 로봇청소기 기업 아이로봇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중국(China) 로봇 제조업체 선전 PICEA 로보틱스에 회사 지분 100%를 매각하는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가정용 로봇 시장의 경쟁 구도와 기술 패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사안으로 평가되며,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이로봇은 이날 구조조정 지원 계약(RSA)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며, 법원 감독 아래 선전 PICEA 로보틱스가 아이로봇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파산보호 절차 속에서도 영업을 지속해 글로벌 사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존 보통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한 점도 공개했다. 게리 코언 아이로봇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는 우리의 재무 상태를 강화하고, 소비자·고객·파트너에게 연속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로봇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2002년 가정용 로봇청소기 룸바를 출시하며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룸바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가정용 로봇 누적 판매량은 4천만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대표 로봇청소기 브랜드로 성장했다. 가정용 로봇이라는 신흥 분야를 대중화했다는 상징성도 크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길어지고, 저가 제품을 앞세운 경쟁업체가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아이로봇의 수익성은 빠르게 압박을 받았다. 생산비 증가와 가격 경쟁 심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업 구조 전반에 부담이 누적됐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기술 중심 선도 기업이 가격·규모 경쟁에 밀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아이로봇은 2022년 미국(USA)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닷컴과 약 14억달러 규모의 인수 합의를 체결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당시 거래는 스마트홈 생태계 확대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시장 경쟁 제한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승인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 인수는 성사되지 못했다. 규제 리스크가 실제 거래 무산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인수 실패 이후 아이로봇은 대체 인수 후보를 확보하지 못한 채 재무 부담이 커졌고, 현금 흐름 악화와 부채 부담 심화가 겹치면서 유동성 우려가 증폭됐다. 이달 초 회사는 잠재적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며 파산 가능성을 공식 경고한 바 있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과 선전 PICEA 로보틱스 인수 추진은 그 연장선에서 선택된 사실상 구조조정 매각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가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중국 로보락이 16.0%로 1위를 차지했고, 아이로봇은 13.7%로 2위에 올랐다. 에코백스는 13.5%, 샤오미는 9.7%, 드리미는 8.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상위 5위권에 들었다. IDC는 상위 5개 업체 중 아이로봇을 제외한 로보락·에코백스·샤오미·드리미 4개사가 모두 중국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로봇이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중국 선전 PICEA 로보틱스에 인수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로봇청소기 시장 내 중국 기업의 비중과 영향력이 추가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상위권에서 미국 기업의 독립적 입지가 사실상 약화되는 흐름이어서, 기술·브랜드는 미국에 뿌리를 둔 회사가 중국 자본과 경영권 하에 편입되는 상징적 사례라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USA)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이미 가전·배터리·전기차 등 여러 첨단 제조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과 인수·합병 움직임에 촉각을 세워 왔다. 이번 아이로봇 인수 추진은 상대적으로 규제 압력에서 자유로운 가정용 로봇 영역에서도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와 규제 당국이 이번 거래에 어떤 수준의 관심을 보일지, 안보 또는 데이터 이슈를 이유로 추가 심사에 나설지 여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글로벌 언론과 시장 전문가들은 아이로봇의 행보를 디지털 가전 및 스마트홈 산업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단순 생활가전을 넘어 각종 센서와 데이터를 축적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 기업 중심의 시장 집중이 소비자 선택권과 데이터 보호 측면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선전 PICEA 로보틱스 인수가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아이로봇은 채무 부담을 줄이며 영업을 이어가겠지만, 글로벌 로봇청소기 산업의 주도권은 중국 기업 진영 쪽으로 더 기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사회와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이 향후 로봇·스마트홈 분야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