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책임 첫 규명”…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채상병 순직사건’ 첫 구속기소
채상병 순직 사건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군 내부와 수사기구 간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1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속 상태로 기소하며, 2년 4개월 만에 해병대 ‘윗선’에 책임을 묻는 첫 단추를 꿰었다. 특검 출범 132일 만에 내린 결정으로 정치권과 군 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날 임성근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상현 전 7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그리고 장모 포7대대 본부중대장 등 지휘관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반면, 경찰이 송치했던 포7대대 본부중대 간부와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2명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복구 현장에서 순직한 채수근 상병의 상급지휘관으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허리 깊이 물로 들어가 수중수색을 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바둑판형, 수변 찔러보기 등 구체적인 수색 방식을 직접 지시했다. 또 가슴장화 확보를 지시해 대원들이 수중수색에 나서게 하는 등 안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육군으로 작전 통제권이 이관된 상황에서 임 전 사단장이 명령을 위반하며 현장 지도, 수색방식 지시, 인사명령권 행사를 통해 사실상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는 판단이다. 특검팀은 "실종자를 발견하면 포상휴가를 주겠다는 식의 성과 압박 정황"과 함께, 임 전 사단장이 대원 수색 장면이 담긴 언론보도 스크랩을 보고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수색 성과와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임 전 사단장의 현장 상황 인지와 묵인·방치에 대한 증거도 새롭게 확인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 관련 영상 뉴스를 전달받고, 사고 직후 부대장과 통화에서 ‘니들이 물 어디까지 들어가라고 지침을 줬냐’고 말한 점 등, 수중수색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증거가 대거 확보됐다"고 밝혔다. 기존 경찰 수사에서는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던 부분과 결정적으로 다른 결론이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임 전 사단장이 경찰 수사에 참여한 공범과 부하들에게 연락해 진술을 회유하려 한 정황, 해병대원 수중수색 사진을 휴대전화 보안폴더에 은닉하려 한 점도 추가 드러났다. 해당 사진은 임 전 사단장이 특검에 제출한 휴대전화의 포렌식 과정에서 확인됐으며, 특검팀 설명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이 비밀번호 제출 전 자체 포렌식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로써 약 1년씩 이어진 경찰과 검찰의 기존 수사로는 입증되지 않았던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채상병 순직사건 책임이 특검 수사에서 인정돼 법적 처벌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이명현 특검팀은 사건 재구성 과정에서 80여명의 해병 병사 조사와 경북 예천, 포항 현장 방문 등 촘촘한 재조사 끝에 윗선 책임을 규명했다고 강조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군 복무 중 20세 청년이 희생된 중대한 사건"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특검팀은 사건 초기부터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조직적 외압을 가했다고 판단, 관련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최고위 책임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 조사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내일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며, 윤 전 대통령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는 향후 재판 결과와 특검의 지휘부 외압 수사가 정국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관련 수사를 이어가며, 추가 책임 소재와 조직적 외압 여부에 대한 본격 규명에 나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