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엔비디아 실현 선언”…과기정통부, AI 반도체·거버넌스 강화 출정
국산 AI 반도체 육성 정책과 통합 AI 거버넌스 강화가 한국 IT·바이오산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20만장을 확보하고, AI 연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도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AI 인프라 확대와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K-엔비디아 같은 토종 GPU 생태계 조성이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전환을 ‘한국 AI R&D 경쟁의 전방위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술적으로 과기정통부는 AI 대전환을 위한 최신 GPU 20만장 확보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목표치인 2028년 5만장 확보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전체 물량을 4배 상향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AI 강국들이 이미 수십만장 단위 GPU를 확보해 대규모 파운데이션모델·생성 AI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정부 발표는 학계·중소기업 등 국내 AI 연구 생태계의 인프라 ‘양적 도약’을 겨냥한 것이다. 배 장관은 “AI 모델 학습·추론 뿐 아니라 첨단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력까지 키워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여가겠다”며 자체 국산 NPU를 2030년 이후 AI 국가전략에 적극 반영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연구개발(R&D) 예산 집행 관행도 바꾼다. 부총리급 위상으로 격상된 과기정통부가 주도해 과학기술·AI 관계장관회의라는 상설 협의체를 신설, 부처 간 중복 투자와 파편화된 정책 아젠다를 통합·조율한다. 배 장관은 “각 부처가 따로 AI 인프라를 만들면 예산 낭비와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한 만큼 거버넌스 정립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부처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플랫폼화’ 전략과 함께, 대형 임무중심 연구 및 산업 연계 지원 체제로 전환이 예고된다.
AI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는 5개 정예팀 선정을 통한 독자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말 첫 한국형 언어 모델(LLM) 오픈, 2025년 멀티모달 및 행동모델(LAM) 공개 등 단계별 로드맵이 제시됐다. 단순 ‘국산 소버린 AI’가 아닌, 글로벌 최고 수준의 오픈소스 AI 개발이 최종 목표다. 배 장관은 “챗GPT, 퍼플렉시티 같은 해외 플랫폼과 경쟁하며, 2030년 미국과 AI경쟁력 격차를 0.5년 이내로 줄이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적 관점에서도 GPU 인프라 확충과 AI 반도체 기술 자립은 국내 대학·스타트업·제조·의료 등 전방위 AI 융합 생태계 확산에 실질적 파급력을 가진다. 글로벌 AI 트렌드는 독점적 반도체 공급망, 데이터·인재 집중 현상으로 교착돼 있는 만큼, 국내 독립 생태계 구축은 연구 현장과 관련 산업의 신뢰 회복 및 경쟁력 확보에 직결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AI기본법 하위법령 설계에서도 기업 자율성과 산업 활성화를 우선, 최소 규제 원칙과 과태료 조항의 유예 적용을 천명했다. 인재 정책은 기존 AI 대학원을 넘어서 전환(AX) 특화 대학원 신설, 2030년까지 5000명 이상 AI 실무현장형 인력 양성, 해외 인재 유치 등에 무게를 둔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 이후에는 대형 임무 중심 과제 체계로 재편, 불안정성 해소와 장기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방향이 명확해졌다.
향후 AI·과학기술 분야 거버넌스 개편과 반도체 생태계 자립을 둘러싼 정책 드라이브가 실제 산업 혁신으로 이어질지, 산업계는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기술 주도 성장과 정책·제도 혁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요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