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장관 업무도 맡는다”…알바니아, 디엘라 기용 파장
AI 기술이 행정 시스템에 직접 투입되며 공공기관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 알바니아 정부는 6월 13일 최신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가상 장관’ 디엘라를 내각에 공식 합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이 인공지능 공직자는 관료적 부패 근절을 목표로 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개발된 첫 사례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행보를 ‘AI 행정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알바니아는 ‘e-Albania’ 공공 서비스 플랫폼에 AI 비서 디엘라를 접목해, 연간 약 100만 건에 달하는 정부 공식 문의와 디지털 문서 처리 업무를 이미 맡긴 바 있다. 디엘라는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바탕으로, 행정 데이터 분석·자동 문서 처리·업무 상담 등 고도화된 디지털 행정을 구현한다. 특히 ‘공공 입찰 100% 무부패 처리’와 실시간 업무 보고 등 과거 관료 시스템의 병목과 불투명성을 극복할 근거로 평가받는다.

일반 챗봇과 달리, 디엘라는 국가별 정책·행정 언어에 특화된 모델 학습을 거쳐, 전통 민속 의상과 입체 비주얼로 실제 장관 이미지까지 시각화했다는 점도 기존 AI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이 같은 기술 도입은 정보사회국과 해외 IT 기업의 협업, 행정 절차 자동화, 인적 오류 최소화 등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장관 제도의 법적 지위와 사회적 수용성은 여전히 논란이다. 알바니아 헌법은 장관 자격을 ‘18세 이상, 정신적으로 유능한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어, 디엘라의 명칭 및 권한 부여에 대한 위헌 논쟁이 불가피하다. 집권 여당이 ‘AI 혁신’을 내세운 반면, 보수 야당과 일부 법조계는 “정부 공식 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행정 AI의 역할과 한계가 본격적인 검토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제 IT 기업의 플랫폼 연계, 그리고 AI 기반 정책 결정의 신뢰성과 책임 문제가 향후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데이터 윤리, 공공 AI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장관이 실질 업무와 정책 권한을 어디까지 담당할지에 따라, 민주주의 하에서 기술과 제도의 경계가 새롭게 재정립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AI 기반 공공 행정 혁신이 실제 법·제도와 사회 구조 전환을 동반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