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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천억 소각”…고려아연, 자사주 204만주 연내 처분→경영권 분쟁 여진 해소
경제

“1조8천억 소각”…고려아연, 자사주 204만주 연내 처분→경영권 분쟁 여진 해소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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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중에, 고려아연이 경영권 경쟁의 화염 속에서 지켜온 자사주 204만30주의 운명을 드디어 결정했다. 이사회가 내린 결의는 1조8천156억2천670만 원에 달하는 자사주 전량을 연내 소각한다는 단호한 선택이었다. 6월, 9월, 12월, 세 번에 나누어 소각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각 시기마다 68만10주씩 사라진다. 전체 발행주식의 9.85%에 해당하는 물량이 주식시장에서 완전히 소멸할 때, 장기 분쟁의 불씨 역시 더는 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을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했다. 주주와 시장 참여자에게 보여주는 이 약속 이행의 진정성은,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시도와 맞물려 한층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 흔적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는 투자자들은, 이제 한 자락의 안도감과 함께 향후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 연내 자사주 204만주 전량 소각 결정…1조8천억 규모
‘고려아연’ 연내 자사주 204만주 전량 소각 결정…1조8천억 규모

경영권 분쟁에서 자사주는 표 대결의 장외 카드로만 머물지 않는다. 자사주 보유분이 제삼자의 손에 들어갈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나 경쟁에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 MBK·영풍 연합이 자사주 소각을 강하게 요구하며 가처분 신청을 내었던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양측 분쟁은 절차적으로 마무리되었고, 고려아연은 처음부터 밝혀온 대로, 약속된 소각의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본시장과 주주들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주주권 보장과 기업 신뢰 제고, 그리고 주가 안정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는, 실제 소각이 시작되면서 시장에서 보다 구체적인 반응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자사주 소각이 끝난 순간, 발행주식 중 자사주가 모두 없어짐으로써 표면적인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소멸된다는 기대와 함께, 시장 수급 변화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시장 논리 속에서 주가를 예측하는 움직임이 또 다른 변곡점을 예고한다.

 

2025년 12월, 마지막 소각이 이뤄지는 날 고려아연은 새로운 신뢰의 지평 위에 설 것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닦아낸 기업가치의 표면에는 여전히 시장의 이성과 기대가 교차한다. 투자자와 경영진, 그리고 시장 모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급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힘을 믿는 일이다. 이번 결정을 지켜본 이들은, 소각 이후 경영권 구조 변화와 후속 공시 일정에도 꾸준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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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자사주소각#경영권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