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난청 치료”…연세대, 고효율 전달 플랫폼 개발
유전자 편집 기반 치료법이 난청 치료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진세 교수팀은 바이러스 대신 새로운 전달 플랫폼을 활용해 유전성 난청의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플랫폼은 기존 운반체 대비 유전자 교정 효율을 23.5배 높여, 바이러스 전달의 안전성 한계와 부작용 우려를 줄이면서도 실질적 청각 개선 효과를 입증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를 난청 치료제 경쟁의 본격적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바이러스가 아닌 eVLP(고효율 인공 바이러스 유사 입자)를 유전자 가위 전달체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Cas9(캐스9) 단백질과 sgRNA(싱글 가이드 RNA)를 조합해, 표적 유전자 위치로 정확하게 유전자 편집 도구를 운반하도록 설계했다. 기존 바이러스 기반 방식은 발현 조절의 어려움, 종양 및 면역 반응 등 안전성 한계가 있었으나, eVLP 전달법은 전달 효율을 평균 14%,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면서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했다. 이는 기존 0.6% 편집률 대비 약 23.5배 향상된 수치다.

이 플랫폼은 마우스에 적용한 결과 청력 개선 효과까지 확인됐다. 7주 후 청력 검사에서 투여군은 20dB 수준의 청력 향상을 기록했고, 외유모세포의 막전압도 -49mV에서 -59mV로 회복돼 전기생리학적 정상 패턴에 근접했다. 난청의 주요 원인인 유전적 돌연변이 교정이 실제 청각 기능 회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시장성과 또한 크다. 지금까지 난청 치료는 인공와우, 보청기 등 보조기기에 한정됐으나, 유전자 편집 치료가 현실화되면 조기 진단 및 맞춤형 치료, 즉 정밀의료 적용이 확장될 전망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근본적 치료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도 유전성 난청 유전자 치료 솔루션 연구는 활발하지만, 이번처럼 비바이러스 전달체로 청각 회복을 입증한 사례는 드물다. 기술적 안전성, 효율성에서 국내 연구진의 성과가 신약 플랫폼 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임상 적용까지는 각종 규제와 윤리적 검증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조기 중재의 중요성이 확인됨에 따라, 유전성 난청의 신생아 선별검사 확대,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진세 교수는 “비바이러스 유전자 편집 플랫폼이 실제 청각 회복에 성공한 세계 첫 사례”라며 “향후 난청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규제, 임상적 효과 입증이라는 다층적 벽이 남아있으나, 미래 난청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