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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10% 랠리”…달러 약세·중국 기술주, 선진국 투자심리 뒤흔들다→세계 자금 흐름 어디로
국제

“신흥시장 10% 랠리”…달러 약세·중국 기술주, 선진국 투자심리 뒤흔들다→세계 자금 흐름 어디로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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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공기가 느긋하게 흐르는 금융의 중심가,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신흥시장이라는 오래된 이름에 다시 머문다. 올해 들어 신흥시장 채권과 주식이 약 10%씩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상승해, 선진국의 투자 성과를 단숨에 앞질렀다. 달러 약세의 기류와 신흥지역의 금리 매력, 그리고 중국 기술주의 빛나는 질주가 이 서사의 핵심을 이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JP모건 GBI-EM’과 ‘모건스탠리 신흥시장지수(MSCI EM)’의 연초 이후 상승률이 약 1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간 속에서 ‘FTSE 세계국채지수(FTSE WGBI)’와 ‘MSCI 선진국지수(MSCI WI)’는 각각 6.6%, 4.8%에 머물렀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발 무역전쟁과 워싱턴의 변덕스러운 정책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에서 벗어나, 분산과 대안을 찾아 신흥지역 자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흥시장 채권·주식 10% 상승…선진국 대비 수익률 우위
신흥시장 채권·주식 10% 상승…선진국 대비 수익률 우위

프린시펄 피니스테어의 데이미언 부체 최고투자책임자는 "신흥시장 현지 통화 채권이 다시 매력적으로 변했다"고 말하며, 오랜 기간 저평가받던 신흥시장에 다시 봄이 왔음을 알렸다. 실제로 연초 220억 달러에 이르렀던 신흥시장 투자자금 순유출은, 미국의 관세 정책 우려가 잦아든 뒤 5월부터 110억 달러가 다시 유입되는 변곡점을 맞았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읽는 골드만삭스의 케빈 달리 CEEMEA 담당 공동책임자는 "신흥시장 현지 통화 자산이 수년간 외면당했지만 최근의 자금 유입만으로도 시장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JP모건 GBI-EM’ 주요국의 실질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현지 국채의 투자 매력은 한층 도드라졌다.

 

달러화의 하락은 신흥시장 통화의 숨통을 틔웠다. 각국 중앙은행의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과 투자자의 부담은 덜어지기 시작했다. 신흥시장 주식 전략가 난디니 라마크리슈난(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은 "통화 강세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만들어졌고, 이 환경이 주식시장에 우호적 기운을 퍼뜨린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국 기술주가 지닌 혁신력과 영향력, 그리고 이를 향한 세계 투자자의 이목이 신흥지역 랠리에 따뜻한 바람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파도가 일렁였지만, 신흥시장 주식과 통화 등 위험자산은 의연했다. 달리는 "미국 국채만이 위험 프리미엄의 중심이 되었고, 신흥시장은 생각보다 덜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HSBC의 맥스 켈터 다중자산 전략 최고책임자도 "2010년대 우려의 대상이던 신흥시장 부채 위험이 이제는 선진국 쪽이 더 두드러진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높은 금리, 그리고 중국 기술주의 성장이라는 세 갈래 흐름이 신흥시장 투자환경을 비옥하게 했다고 하나같이 바라본다. 다만 모든 이목은 미국의 정책 방향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글로벌 자금의 향방, 그리고 이 서사에 어떤 끝이 이어질지에 머무르고 있다. 신흥시장의 현주소는, 변동과 기회의 언저리에서 세계 자본의 심연을 다시 쓰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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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달러약세#중국기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