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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따라 흐르는 고요”…안동에서 만나는 삶의 여유와 전통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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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따라 흐르는 고요”…안동에서 만나는 삶의 여유와 전통의 온기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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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동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역사의 도시로만 여겼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일상과 쉼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의 공간이 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일상에 작은 쉼표를 더하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안동에서는 선선한 온도와 흐린 하늘 아래, 천천히 걷는 산책이 최근 인기다. SNS에도 하회마을을 배경으로 한 사진 인증이 자주 오르내린다. 600년 넘게 풍산 류씨가 대대로 살아온 하회마을에는 기와와 초가가 어우러진 전통가옥들이 이어져 있어, 역사책에서 보던 선비의 삶이 지금도 살아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낙동강이 감싸 흐르는 마을을 따라 걷다 보면, 바쁜 도시와는 전혀 다른 시간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동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동

이런 변화는 관광객의 체류형 여행 증가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안동은 최근 1박 이상 머무는 여행객 비율이 늘어났다. 하회마을뿐 아니라, 조선시대 문신 김계행의 만년을 지킨 만휴정도 조용한 인기 명소로 떠올랐다. 만휴정의 누마루에 앉아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숲 내음을 느끼는 것. 젊은 여행자부터 조용한 휴식이 필요한 중년 세대까지, 모두의 평온한 일탈이 되는 경험이다.

 

문화연구자 박수연 씨는 “안동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일상의 번잡함에서 한 걸음 떨어져 나만의 시간을 찾을 수 있는 장소”라고 의미를 표현했다. “흐린 날씨 속 산책이나 고즈넉한 집에서 보내는 시간, 지역의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경험이 깊은 쉼을 준다”고도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만휴정 계곡 따라 걷다 보니 마음이 맑아졌다”, “하회마을 사진을 찍으면 나도 옛날 선비가 된 느낌”, “찜닭골목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끼, 그 하루가 특별해졌다”는 목소리들이 이어진다. 안동찜닭골목은 특히 여행자들이 필수 코스로 꼽는 곳이다. 시장 특유의 활기로 가득한 골목에서 맛보는 매콤달콤한 찜닭은, 함께 나누는 한 끼의 행복을 선사한다.

 

언제부턴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머무르는 쉼터’가 돼버린 안동. 고풍스러운 집의 창을 넘어 들어오는 바람,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출출한 한 끼, 계곡물 소리에 잠시 멈춰보는 발걸음이 모두 여행의 의미이자 오늘 우리의 순간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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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안동하회마을#안동찜닭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