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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빚어낸 흐린 오후”…전주 고도 산책이 주는 깊은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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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빚어낸 흐린 오후”…전주 고도 산책이 주는 깊은 여운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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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씨에도 전주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오히려 맑은 날보다 두꺼워진 구름 아래에서, 고도 특유의 차분한 숨결과 전통의 향기를 깊이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전주는 오래전부터 한옥과 골목, 그리고 유서 깊은 문화의 결이 살아 숨 쉬는 도시였다. 이제는 그 고요한 정취가 새로운 여행의 이유가 되고 있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 그리고 묵직한 구름이 드리운 날씨.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한옥 지붕을 바라보니 오히려 더 그림 같아요.” 전주를 찾은 A 씨는 SNS에 흐린 날의 감도 높은 사진을 남겼다. 실제로 이런 날씨엔 마을 특유의 고요와 전통 건축의 곡선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골목마다 이어지는 공방과 상점, 그리고 전통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도 한층 안정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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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역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우천이 잦은 초가을에도 전주 한옥마을 방문객 수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흐린 날의 정취와 사진 욕심에 일부러 그런 날을 택하는 젊은 여행자들도 많아졌다. 빽빽하지 않은 골목, 습한 공기마저도 ‘고즈넉함’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전통 체험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옥마을 부근 전주일몽에서는 모주 만들기 체험이 계절 상관없이 인기다. 현장 직원은 “날씨와 무관하게 전통술을 배우러 오는 분들이 더욱 진지하게 전주의 맛을 경험한다”고 이야기했다. 직접 모주를 빚어보며 향과 온기에 집중하는 순간, 익숙한 도시 여행과는 또 다른 만족이 남는다.

 

느린 산책이 꼭 필요할 땐 전주향교가 제격이다. 고요한 숲길과 잘 다듬어진 옛 건축, 오랜 시간의 냄새가 물씬 배어 있다. “사진 한 장 찍으러 들렀다가, 한참을 앉아 있게 된다”는 방문객의 고백처럼, 이곳의 시간은 좀 더 천천히 흐른다. 사색의 틈마저 허락하는 고도만의 품격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날이 흐려야 한옥이 더 예뻐 보인다”, “비 내리는 전주향교 풍경에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반응에서, 현대인의 여행은 단순 관람을 넘어 ‘공감’에 닿아 있다. 골목 산책과 전통 체험, 그리고 자기만의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이 새로운 전주 여행의 얼굴이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날의 전주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내면의 고요와 도시의 활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만의 리듬으로 시간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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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전주향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