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혈액분석 올인원” 노을, 대만 수출…아시아 혈액진단 재편 노린다
인공지능 기반 혈액 및 암 진단 기업 노을이 전혈구검사까지 통합한 차세대 혈액진단 장비로 대만 시장에 진입한다. 소량 혈액으로 빈혈을 포함한 다양한 혈액질환을 빠르게 선별하고, 기존 장비로는 놓치기 쉬운 이상세포까지 자동 탐지해 내는 방식으로, 아시아 선진 의료시장 공략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CBC 기반 혈액진단의 디지털 전환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노을은 전혈구검사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AI 혈액진단 솔루션 마이랩 BCM의 대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공급 규모는 한화 약 4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대만 내 주요 병원과 진단기관을 대상으로 장비를 단계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아시아 선진 의료시장 진출의 첫 성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마이랩 BCM은 AI 기반 이미지 세포분석 기술을 적용한 올인원 혈액진단 플랫폼이다. 이미지 세포분석은 현미경으로 관찰한 혈액세포 영상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한 뒤, 알고리즘이 세포 형태와 패턴을 자동 판독하는 기술이다. 마이랩 BCM은 이 방식을 활용해 전혈구검사와 형태학 기반 이상세포 탐지를 하나의 장비 안에서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가장 큰 특징은 검체 요구량과 자동화 범위다. 이 장비는 5마이크로리터 수준의 소량 전혈만으로 CBC 측정, 도말과 염색, 디지털 이미징, AI 분석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제공한다. 채혈량 부담을 줄이면서 검사실 인력의 수작업을 대폭 감소시켜, 검사 속도와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정밀도 측면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운다. 마이랩 BCM은 기존 CBC 장비가 수치만 제시하고, 의사가 별도 도말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했던 미성숙 과립구와 아세포 등 미세한 이상세포도 자동 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성숙 과립구는 급성 감염이나 골수 이상을 시사할 수 있는 세포이고, 아세포는 백혈병 등 혈액종양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세포로 알려져 있다.
노을은 최근 아산병원과 공동 성능 평가를 진행해 글로벌 레퍼런스 장비인 시스멕스 XN 시리즈와 주요 CBC 항목에서 높은 일치도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상세포 검출 성능에서 IG와 아세포 항목이 각각 95.7퍼센트, 97.6퍼센트 일치도를 기록해,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BC 검사는 혈액질환과 빈혈, 적혈구 증가증, 혈액종양 등 다양한 질환을 선별하는 기본 검사로, 감염성 질환 진단과 만성질환 관리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동시에 신약개발 과정에서 혈액 독성 평가나 면역 반응 모니터링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제약과 면역학 연구 분야에서도 핵심 도구로 꼽힌다. 특히 선진국 의료시스템에서는 외래나 응급실, 중환자실 등 다양한 현장에서 CBC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자동화와 정밀도가 높은 플랫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번 대만 계약은 이러한 수요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이자, 글로벌 혈액진단 플랫폼 시장 공략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노을은 12월 전혈구검사 기능을 통합한 마이랩 BCM을 공식 출시한 뒤, 대만 공급을 시작으로 아시아 신흥국과 선진국을 동시에 겨냥해 CBC 기반 혈액진단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유럽과 북미, 남미 등 선진 시장까지 판매 네트워크를 넓혀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대만 시장의 특성도 노을에 유리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1인당 국내총생산이 약 3만4000달러 수준으로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와 전문가 역량, 의약품 접근성, 정부 보건 시스템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2024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평가된 바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혁신 의료기기 도입에 적극적인 의료기관이 많아, 새로운 진단 플랫폼 상용화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책 환경 측면에서 대만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AI 기반 진단, 원격의료, 헬스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AI 혈액분석 장비와 같은 혁신 진단 솔루션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해 왔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병원 정보시스템과 진단장비를 연계하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AI 기반 CBC 플랫폼이 현장 워크플로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혈액검사 자동화와 AI 기반 영상 판독을 결합한 솔루션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대형 병원과 중앙 검사실을 중심으로 고가의 하이엔드 장비를 공급하는 가운데, 노을은 상대적으로 소량 혈액과 자동화에 강점을 둔 올인원 플랫폼으로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특히 아시아와 중남미의 중소형 병원이나 지역 검사실을 대상으로, 설치 공간과 인력 부담을 줄인 통합형 장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이랩 BCM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느 수준으로 채택될지가 향후 판도를 좌우할 변수라고 본다. 장비 성능과 더불어, 병원 워크플로와의 연동, 검사당 비용 구조, 데이터 관리 체계 등이 상용화의 성패를 가를 요소로 꼽힌다. 한 병원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는 AI 기반 CBC 플랫폼에 대해 장비가 이상 패턴을 먼저 걸러주면 의사는 복잡한 케이스에 집중할 수 있어, 인력난이 심한 검사실에서 작업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찬양 노을 대표는 이번 대만 계약이 아시아 선진 시장에서 노을의 AI 혈액진단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이랩 BCM의 대만 공급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아시아 주요 국가와 유럽, 북미, 남미 등 선진 시장 전반으로 판매 확대를 본격화해 회사의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며, AI 통합 혈액진단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표준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