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골줄기세포로 희귀골질환 공략…분당차병원, 첫 임상시험 돌입
태아 골조직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선천성 희귀 골질환을 정면 겨냥하는 임상연구가 시작되며 재생의료 분야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분당차병원이 추진하는 골형성부전증 대상 태아 골조직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가 첨단재생의료 과제로 승인되면서, 그동안 진통제와 보조치료에 의존하던 환자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후보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희귀질환용 세포치료제 시장 진입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당차병원은 정형외과 이순철 교수와 차의학연구원 임종섭 교수 연구팀이 골형성부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태아 골조직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EE-cMSC 치료제 임상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첨단재생의료 연구과제 승인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골형성부전증 환자에게 태아 골조직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직접 투여하는 임상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연구팀은 기증받은 태아 골조직에서 중간엽줄기세포를 분화해 추출하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했다.

EE-cMSC는 뼈를 구성하는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중간엽줄기세포로, 연구팀 평가는 물론 전임상 결과에서 뼈 재생 촉진과 골흡수 억제 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중간엽줄기세포는 골, 연골, 지방 등으로 분화하는 다분화능과 염증 조절, 조직 재생 촉진 기능을 갖는다. EE-cMSC는 이 중 골형성 관련 유전자 발현과 세포 기능이 강화된 형태에 가까워 기존 성체 골수 유래 세포 대비 골성장과 미세골 구조 개선에서 높은 효율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 세포의 증식 속도와 분화능을 정량 관리해 균일한 세포군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임상용 세포를 공정화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갖춘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세포치료제가 희귀질환 영역에서 상업적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 생산과 장기적인 품질 유지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분당차병원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기술이전과 상업 임상시험을 추진해 본격적인 세포치료제 개발 단계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골형성부전증은 뼈 형성에 관여하는 콜라겐 유전자 이상 등으로 발생하는 선천성 유전 희귀질환으로, 국내 환자는 약 500명에서 1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뼈가 비정상적으로 약하게 만들어져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하고, 반복 골절에 따른 변형과 성장 지연, 치아 취약성까지 동반한다. 현재까지는 골절 시 수술과 고정, 일시적인 골형성 촉진제 투여 등 보존적 치료에 머물고 있어 환자와 보호자 부담이 컸다.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한 세포 기반 재생치료가 현실화할 경우 치료 전략이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연구 동향을 보면 골형성부전증 분야에서 중간엽줄기세포 접근법의 안전성과 잠재 효용은 이미 일정 부분 입증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성체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나 태아 간조직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초기 임상에서 골절 발생률을 약 75퍼센트 줄이고 골성장 개선을 확인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현재 다수 기관이 상용화를 겨냥한 후속 임상과 제형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조직 공급원, 세포 특성, 제조 공정에 따라 품질과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태아 골조직 유래 세포라는 새로운 소스는 차별화된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분당차병원 연구팀은 EE-cMSC가 뼈 조직에 특화된 미세환경을 반영한 세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골조직 유래 세포는 골 형성 관련 신호전달 경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파골세포 활성 억제 인자를 분비해 골흡수를 줄이는 효과가 보고돼 왔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에서 골밀도, 골절 빈도, 성장 속도 등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EE-cMSC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장기 추적을 통해 성장기 환자에서 세포치료가 신체 전반 발달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 연구과제 승인을 받으면서 제도권 안전망 안에서 추진된다. 첨단재생의료 제도는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 고위험·고난도 재생의료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사전 심의하고, 장기 추적과 이상반응 관리 체계를 의무화한 것이 특징이다. 골형성부전증처럼 소수 환자 대상 희귀질환 연구는 임상 설계와 데이터 축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가 연구과제 형태를 통해 윤리성과 안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국제적으로는 유럽의 약사규제청과 미국 식품의약국을 중심으로 희귀질환용 재생의료 제품에 대한 가속 심사 트랙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조건부 허가 제도를 통해 제한적 환자군에서 먼저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사후 데이터를 추가 제출받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고, 미국 역시 희귀질환 세포치료제에 우선 심사와 세금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도 첨단재생바이오법을 통해 임상연구와 제품 허가 절차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도입해 글로벌 규제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이순철 정형외과 교수와 임종섭 교수팀은 EE-cMSC 기반 임상 데이터를 축적한 뒤 기술이전과 상업 임상시험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세포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은 대신 한 명당 치료 단가가 높고, 국제 공통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겨냥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분당차병원의 세포치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한국 줄기세포 치료 기술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분당차병원은 2013년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이후 줄기세포 기반 난치질환 치료 연구를 병원-연구원-기업 협력 구조로 확대해 왔다. 신경계, 안질환,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해 암, 난임, 노화 극복을 겨냥한 다양한 세포치료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골형성부전증 EE-cMSC 임상 성패가 향후 다른 유전 골질환과 희귀 근골격계 질환으로 적응증을 넓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새롭게 등장한 태아 골조직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가 실제 시장에 안착해 재생의료 비즈니스 모델을 실증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