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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이 멈춘 오후”…X 대규모 오류가 남긴 불안과 의존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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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X(구 트위터)에 접속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잠깐의 접속 오류쯤으로 넘겼겠지만, 지금은 일상과 연결된 거대한 창이 잠시 닫힌 느낌에 가깝다. 사소한 접속 실패 뒤에는 디지털에 기대 사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8일 오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X에서 갑작스러운 대규모 오류 현상이 나타났다. 모바일 앱과 PC 웹 브라우저를 가리지 않고 추천 탭, 추천 팔로잉 탭, 콘텐츠 피드, 실시간 트렌드까지 핵심 메뉴 상당수가 동시에 멈춰 섰다. 화면에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새로고침해 보세요”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다시시도’ 버튼만 반복해서 떠올랐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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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류를 경험한 이용자들은 말 그대로 “접속만 되는 X”를 마주했다. 로그인과 첫 화면 진입은 가능했지만, 자신의 프로필에 들어가도 그동안 쌓아온 게시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잇따랐다. 타임라인에는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았고, 실시간 트렌드는 공백처럼 비어 보였다. 그만큼 사람들은 무심코 눌러오던 스크롤을 멈춰야 했다.

 

SNS에는 “트렌드가 안 떠서 세상이 멈춘 줄 알았다”, “내 계정이 삭제된 줄 알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는 반응이 계속 올라왔다. 누군가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려고 X에 들어왔는데, 정작 X가 제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정보와 소문이 가장 빠르게 모이던 공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아무 소식도 전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각종 조사에서 X 같은 실시간 플랫폼이 뉴스를 접하는 통로이자 취미, 관심사, 심지어 업무 소통 창구 역할까지 겹쳐 맡는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에 작은 문제가 생기기만 해도 ‘연결이 끊긴 느낌’이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지곤 한다.

 

실제로 기자가 오류 시간대에 접속해 보니, ‘다시시도’ 버튼을 눌러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타임라인 새로고침은 끝없는 로딩만 반복했고, 자신의 예전 게시물도 비어 있는 칸처럼 보였다. 눈앞에 보이던 계정과 기록들이 마치 잠시 삭제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사람들이 왜 당황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가 체감됐다.

 

이때 이용자들이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스스로 할 수 있는 해결책 찾기였다. 모바일 앱에서는 앱을 삭제한 뒤 재설치하거나, 설정의 앱 상세정보 메뉴에서 캐시를 삭제하고 다시 실행해 보는 방법이 거론됐다. 핸드폰을 재부팅해 네트워크와 앱 환경을 함께 초기화하는 방식도 공유됐다. 웹 브라우저 사용자들은 와이파이 네트워크 상태를 점검하고, 라우터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는 재부팅을 통해 접속 환경을 정리하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가 조치가 단순한 기술 대응을 넘어, 디지털 불안을 스스로 관리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한 IT 분야 관계자는 “요즘 이용자들은 장애가 생겼을 때 바로 ‘왜 나만 안 되지’라는 불안을 느낀다”며 “오류 해결 방법을 찾아 실행해 보는 행위 자체가, 통제감을 되찾으려는 과정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마음을 진정시키는 의식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X가 안 되니 갑자기 시간이 남는 기분이다”, “계속 새로고침만 누르다가,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고 산책을 나갔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잠시 먹통이 된 사이, 내가 얼마나 자주 X를 들여다봤는지 깨달았다”고 느꼈다고 적었다. 플랫폼 오류가 일상 패턴을 비추는 거울이 된 순간이다.

 

현재 X의 오류 현상은 해소돼, 추천 탭과 트렌드, 개인 프로필의 게시물까지 다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타임라인에는 금세 일상과 밈, 뉴스가 뒤섞인 익숙한 풍경이 돌아왔다. 화면 속 세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잠시 멈춰 선 그 시간 동안 각자 마음에 남은 여운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디지털 플랫폼 위에 하루를 쌓고, 관계를 기록하며, 감정을 나누는 삶에 익숙해졌다. X의 잠깐의 정전은 그만큼 우리 일상이 한 화면에 얼마나 깊이 기대고 있는지 보여준다. 작고 사소한 접속 오류지만, 우리 삶의 방향과 리듬은 그 안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건, 언제나 접속해 있는 세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나답게 머무를 것인가일 것이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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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소셜네트워크서비스#모바일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