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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산기지 키운다”…셀트리온, 7000억 증설로 글로벌 CMO 가속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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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가 국내 기업들의 전략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셀트리온이 일라일릴리의 미국 공장을 인수한 뒤 대규모 증설에 나서며 글로벌 위탁생산 경쟁에 본격 가세한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강화해 자사 제품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의 위탁생산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구상으로, 업계에서는 대형 바이오 CMO 시장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19일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일라일릴리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연내 마무리한 뒤, 인수 완료와 동시에 단계적 증설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증설로 생산 효율성과 규모를 동시에 키워 미국 현지에서의 공급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생산 규모 확대 속도다. 셀트리온은 우선 1차 증설 단계에서 약 3년에 걸쳐 1만1000ℓ 규모 배양기 3기를 추가 도입한다. 이후 미국 내 자사 제품과 위탁생산 제품 수요를 모니터링해, 2차로 동일 규모 배양기 3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두 차수를 합쳐 총 6만6000ℓ의 생산능력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더해가며, 결과적으로 총 13만2000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에서 배양기 용량은 곧 생산 단가와 직결된다. 대형 배양기를 다수 확보할수록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공급 물량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셀트리온이 인수 공장과 별개로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증설에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생산 효율 극대화 효과를 노린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는 제품 파이프라인 확대와 기존 위탁생산 계약을 동시에 뒷받침하기 위한 포석이다. 셀트리온은 가까운 시일 내 추가될 신규 바이오의약품과 이미 예정된 일라일릴리의 위탁생산 물량을 같은 공장에서 병행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조기 증설이 필수라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생산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 대형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CMO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셀트리온은 증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 예비 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연말까지 세부 설계와 인허가 준비를 마무리해, 공장 인수 절차가 끝나는 즉시 공사에 착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바이오 생산시설은 규제기관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상업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품질관리와 공정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 대형 생산기지를 둔 다국적 CMO 업체들이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주로 국내 공장을 확충해왔지만, 미국 내 생산시설을 직접 확보하고 대규모 증설까지 예고한 행보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셀트리온의 이번 결정이 향후 국내 업체들의 해외 생산 거점 확보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과 현지 규제당국 기준에 맞춘 공정 검증과 품질 시스템 구축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공장 증설 후에도 시설별 밸리데이션과 품질시험을 거쳐야 본격적인 상업 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글로벌 기준을 반영한 인허가 전략이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미국 공장 증설이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확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미국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장기 CMO 계약을 확대할 여지가 커졌다며 생산기지 다변화와 규모 확대가 향후 바이오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미국 현지 대형 생산허브 전략이 실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로 이어질지를 주시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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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일라일릴리#바이오의약품생산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