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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단백질 커피”…중국, 곤충음료 상용화 실험 확산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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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이색 식음료가 중국에서 실사용 단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곤충을 신소재 단백질원으로 보는 바이오·푸드테크 업계에서 주로 미래 식량으로만 다뤄지던 개념이, 대중적 음료인 커피와 결합해 실제 소비 시장 반응을 시험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곤충 단백질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완화하고, 향후 정제 단백질·기능성 식품으로의 확장을 노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베이징의 한 곤충 박물관은 최근 바퀴벌레 가루와 말린 밀웜을 넣은 벌레 커피를 상시 판매 메뉴로 내놓았다. 잘게 간 바퀴벌레 분말을 커피 상단에 토핑으로 뿌리고, 말린 밀웜을 함께 넣은 방식이다. 한 잔 가격은 45위안 수준으로 일반 스페셜티 커피보다 다소 높게 책정해 기능성 개념을 강조했다. 박물관 측 설명에 따르면 해당 메뉴는 지난 6월 말 출시된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고, 현재 하루 10잔 이상 꾸준히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들의 관능 평가에 따르면 맛은 “탄 맛에 약간의 신맛이 난다”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로스팅된 곤충 단백질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커피의 쓴맛과 섞이며 일반적인 견과류 토핑과는 다른 이질적 풍미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곤충 박물관이란 공간 특성을 활용해 메뉴 기획 단계부터 곤충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을 택한 점도 특징이다.  

 

해당 박물관은 바퀴벌레 커피 외에도 곤충과 식충식물을 결합한 시리즈 메뉴를 함께 내놓았다. 개미를 활용한 한정판 음료와 식충식물 파리지옥의 소화액을 이용한 커피가 대표적이다. 개미 기반 음료는 비주얼과 콘셉트가 강해 할로윈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제공해 이벤트성 수요를 겨냥했다.  

 

원료 수급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박물관은 전통 중국 의학 약재상을 활용했다. 박물관 직원은 관련 약재상이 이미 곤충성 약재를 취급해온 만큼, 식용이 가능한 수준의 위생·공급망이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바퀴벌레 분말과 밀웜 모두 전통 의학 영역에서 활용돼온 원료로, 바퀴벌레 가루는 혈액 순환 보조, 밀웜은 고단백 소재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현지에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이는 전통 약재 효능에 기반한 주장으로, 현대 임상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검증된 의약품 효능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요층은 호기심 높은 젊은 세대가 중심이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곤충 커피를 주문하는 소비자는 주로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방문객이며, 부모와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은 ‘바퀴벌레’라는 단어와 외형에 대한 거부감으로 주문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곤충 단백질을 분말이나 추출물 형태로 가공해 시각적 거부감을 줄이는 글로벌 대체 단백질 시장 흐름과 달리, 중국 현지 박물관의 시도는 의도적으로 형태를 드러내 방문객 참여와 SNS 공유를 유도하는 체험형 모델에 가깝다.  

 

중국 커피 시장에서는 이처럼 특이한 소재를 결합한 메뉴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올해 초 윈난성의 한 카페는 튀긴 벌레를 넣은 커피를 선보여 지역성과 곤충 식문화를 결합한 사례를 만들었다. 장시성의 또 다른 카페는 라테 위에 튀긴 고추와 고춧가루를 토핑해 매운맛과 카페인의 조합을 시험했다. 중국 커피 시장이 단순 카페인 음료가 아니라 실험적 조합을 통해 화제성을 확보하는 콘텐츠 산업에 가깝게 진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바이오·푸드테크 업계에서는 귀뚜라미, 밀웜, 바퀴벌레 등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고단백 저탄소 대체 식량으로 주목하고 있다. 곤충은 동일한 단백질 생산량 기준으로 소·돼지 등 전통 축산 대비 사료 효율과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유럽과 북미에서는 소비자 정서와 알레르기, 미생물 오염 리스크 등에 대한 규제 검토가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주로 단백질 파우더와 바, 사료용 단백질 형태로 상용화가 진전되는 양상이다.  

 

반면 중국의 사례는 곤충을 전통 의학과 식문화의 연장선에 두면서, 실험적 카페 메뉴 형태로 대중 접점을 넓히려는 점이 특징이다. 식품 위생과 별도로, 바퀴벌레라는 생물종이 가진 위생·감염 이미지를 어떻게 제어할지, 곤충성 원료의 알레르기 표기와 안전성 평가를 어떤 기준으로 다룰지에 대한 제도 논의는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정제된 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박물관·카페에서의 체험형 제공은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벌레 커피 논란을 곤충 단백질의 ‘대중 인식 실험’으로 본다. 시각적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전통 의학 효능과 현대 영양학 데이터를 결합해 합리적인 건강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시장 확장의 관건으로 거론된다. 산업계는 이런 실험적 메뉴가 향후 정제 곤충 단백질 기반 음료, 스포츠 영양식, 의료·노인 영양식 등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국 곤충 단백질이라는 바이오 신소재가 실제 식품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과학적 안전성 검증과 소비자 인식 개선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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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커피#곤충단백질#대체식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