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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격돌에 유가 80달러 돌파”…한국 성장률 0.15%p 하락 우려→중동 의존도 직격탄
국제

“미국-이란 격돌에 유가 80달러 돌파”…한국 성장률 0.15%p 하락 우려→중동 의존도 직격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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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새벽, 협상의 틈마저 전쟁의 긴장감으로 얼어붙은 지금, 국제유가는 거센 파도처럼 배럴당 80달러를 다시 한 번 넘어서며 전 세계 경제의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하고 있다. 싸늘한 시장의 시선과 조심스러운 분석이 뒤섞인 가운데, 한반도의 성장 전망 역시 그 파문을 피하지 못했다. 씨티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24일, 국제유가가 75달러 선을 견고히 지킬 경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0.15%포인트, 내년에는 0.17%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냉철한 분석을 내놓았다.  

 

중동에서 점화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세계 원유 공급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까지 위협했으며, 불안은 순간적으로 런던 ICE선물시장 브렌트유 가격을 81달러선까지 밀어올렸다. 브렌트유가 80달러 벽을 돌파한 것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흘 전 단행을 예고한 이란 핵 시설 공습은, 혼돈의 한복판에서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더욱이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에 나서, 단기적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드리운다.  

국제유가 75달러 지속 시 韓 성장률 0.15%p↓…씨티 “中동 의존도 영향”
국제유가 75달러 지속 시 韓 성장률 0.15%p↓…씨티 “中동 의존도 영향”

경제의 심층부까지 번진 이 파장 속에서, 물가 또한 흔들리고 있다. 씨티는 유가 75달러선이 이어질 경우 올해와 내년 각각 0.22, 0.13%포인트씩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 영향력은 경상수지에도 까마득하다. 수입물가의 상승, 실질 구매력 저하, 위축된 민간 소비로 이어지며 올 한 해에만도 명목 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이 0.82%포인트 줄고, 내년에는 1.15%포인트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펼쳐졌다.  

 

특히 한국 경제는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지난해 전체 에너지 수입 중 원유의 73%, 천연가스의 35%, 석유제품의 62%에 달하는 비율이 중동에서 들여온 결과다. 씨티의 분석을 빌리면, 세계 23개국 가운데 유가 상승에 가장 크게 성장률과 경상수지가 흔들린 나라가 한국이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모델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살펴보면 유가가 85달러, 95달러까지 오를 경우 성장률 하락 폭은 더 커진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군사적으로 봉쇄되면 ‘배럴당 100달러’ 파고가 닥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유가 90달러와 100달러 사이의 경계선에서 시장이 불확실성에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에너지 가격 쇼크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 계획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유가와 함께 부동산 가격 동반 상승은 기준금리 인하의 여지마저 좁힐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짙게 깔린 가운데, 투자자들은 한국과 함께 움직이는 국제유동성, 에너지 관련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도 각별히 시선을 두고 있다. 한국 경제 앞에 펼쳐진 길은 다시 한 번, 중동의 격랑 위 진한 불확실성으로 채색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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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한국#국제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