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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바이오헬스 이익률 반등…중견 강세 속 중소 의료기기 부진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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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제조업의 수익성이 올해 2분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산업 체질 개선 논의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실적 개선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집중된 반면, 중소기업 특히 의료기기 업체들의 적자 구조는 계속돼 산업 내 양극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고령화와 수출 중심 성장 전망 속에서 이번 실적이 바이오헬스 산업 재편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9일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등 바이오헬스산업 제조업체 321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4년 2분기 경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집계에 따르면 2분기 매출액은 15조6087억원, 영업이익은 2조29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퍼센트 성장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4.7퍼센트로, 전년 동기보다 4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을 산업군별로 보면 제약 분야가 16.5퍼센트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의료기기는 14.5퍼센트, 화장품은 9.9퍼센트로 집계됐다. 고부가가치 특성을 가진 처방의약품과 수출 비중이 높은 의료기기 분야가 전체 수익성 회복을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수치는 경기 둔화 속에서도 바이오헬스가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떠받치는 성장 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9.2퍼센트로 전년 동기 10.8퍼센트 대비 1.6퍼센트포인트 하락하며 온전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자비용과 환율, 원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전산업 매출액세전순이익률 5.3퍼센트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산업군별 세전이익률을 보면 제약 분야는 12.5퍼센트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고, 화장품은 7퍼센트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의료기기 분야는 전년 대비 2퍼센트포인트 하락해 수익성 부담이 지속됐다. 고가 장비 중심 시장 경쟁 심화와 연구개발, 인허가 비용 부담이 수익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선행 투자 성격의 비용이 당분간 실적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 규모별 분석에서는 중견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대기업이 11.9퍼센트, 중견기업이 18.9퍼센트, 중소기업이 2.7퍼센트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이 기술 경쟁력과 수출 네트워크를 앞세워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린 가운데, 대기업은 안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수익 구조를 보였다는 평가다. 반면 중소기업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머물며 성장 단계의 비용 부담을 해소하지 못한 모습이다.

 

중소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화장품 분야에서만 매출액세전순이익률 6.9퍼센트를 기록하며 흑자를 냈다. 제약 중소기업은 마이너스 4.3퍼센트, 의료기기 중소기업은 마이너스 18.8퍼센트로 악화된 상태다. 특히 의료기기 중소기업은 지속적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허가, 임상, 품질관리 등 필수 비용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료기기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최악의 구간에서는 서서히 벗어나는 흐름이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44.4퍼센트에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20.3퍼센트, 2분기 마이너스 18.8퍼센트로 개선됐다. 원가 구조 조정과 선택과 집중 형태의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되면서 적자 폭이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내 보험 수가 제도와 공공조달 구조 개선 여부가 향후 회복 속도를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재무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엇갈린 흐름이 포착됐다.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38.4퍼센트에서 2분기 37.3퍼센트로 1.1퍼센트포인트 낮아졌다. 자기자본 확충과 이익 유입을 통한 구조 개선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10.1퍼센트에서 10.4퍼센트로 0.3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차입 비중 증가가 이어질 경우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이자 부담이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재무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에 속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위험 신약개발 기업이 높은 적자를 감수하며 성장 전략을 펼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은 제약과 의료기기, 화장품이 혼재한 포트폴리오에 기반해 수익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대신, 도전적인 파이프라인 투자에는 신중한 경향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시장 변동성에 대한 방어막이 되는 동시에, 대형 혁신 신약과 플랫폼 출현을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측면에서는 수익성 개선과 혁신 투자 확대 사이의 균형이 과제로 떠오른다.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제 지원, 임상 데이터 활용을 포함한 규제 혁신, 디지털 헬스와 인공지능 기반 진단기기에 대한 인허가·보험 체계 정비 등이 중소·중견기업의 체질 개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축으로 거론된다. 특히 의료기기 중소기업의 구조적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 시범 도입, 국산 장비 우선 평가 제도 등 수요 측 정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2분기 지표를 바이오헬스 산업 재편의 신호로 본다. 영업이익률과 부채 비율 등 핵심 재무 지표가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기술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 여력도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규모별·업종별 수익성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산업 구조와 지원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실적 개선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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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산업진흥원#바이오헬스산업#의료기기중소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