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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탄산음료 마시면?”…지방간 위험 더 높다 → 간 건강 관리 패러다임 변화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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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감미료를 첨가한 제로음료가 단순한 설탕 탄산음료보다 대사성 지방간 질환(MASLD,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의 위험을 더 높인다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신 의학 연구에 따르면, 건강을 위해 설탕을 제한하고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선택하는 소비 행동이 오히려 간 건강에 독이 될 수 있어, 식습관과 음료 선택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연구 발표를 “식이습관 관리 시장”의 전략적 변화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중국 쑤저우대학교 제1부속병원 리허 리우 연구진이 진행했다. 연구진은 영국인 약 12만 3800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음료 섭취 형태와 MASLD 발병률을 정밀 추적했다. 그 결과, 매일 다이어트 탄산음료(슬림캔 약 250㎖ 기준)를 한 캔 이상 섭취하는 사람의 MASLD 발병 위험이 60%나 높았으며, 일반 탄산음료를 같은 양 마신 사람의 위험도는 50% 증가했다. 또한 다이어트 음료 그룹은 간 질환 관련 사망위험까지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인슐린 분비, 뇌의 단맛 인지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기존 설탕 음료는 혈당과 인슐린을 빠르게 높이고 체중 증가, 요산 상승을 촉진해 지방간 진행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반면 다이어트 탄산음료 속 인공감미료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혼란시키고, 포만감 조절 및 단맛에 대한 갈망을 변화시켜 오히려 간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리우 연구진은 “인공감미료의 지속적인 섭취가 잠재적으로 대사 질환 리스크까지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로 음료를 대체하는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지방간 위험이 뚜렷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 물을 더 마신 경우, 기존 일반 탄산음료 섭취자에서는 MASLD 위험이 12.8% 감소했고, 다이어트 음료 섭취자 집단에선 15.2%까지 줄었다. 각종 기능성 음료와 제로칼로리 제품이 늘어나는 글로벌 음료 시장에서 ‘물 섭취’의 가치를 환기시키는 결과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슈가 부상 중이다. 인공감미료의 대사성 질환 연관성은 미국, 유럽 의료계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해 미국 NIH(국립보건원)는 인공감미료 대사 영향 관련 다기관 임상 연구를 진행했고, 유럽연합 내에서도 소비자 보호 및 식품 규제 지침이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United European Gastroenterology Week)에서 공개돼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끌어냈다. 업계 관계자와 의료진은 “지방간과 대사질환 예방 전략에 있어 인공감미료 음료의 소비 규제가 향후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와 정책기관은 이번 제로음료 연구가 단순 음료 선택을 넘어, 건강관리 시장 전반의 원칙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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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저우대학교#제로음료#mas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