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트럼프 지지 보안업체 남성 대규모 수배령”…미네소타 의원 부부 연쇄총격→정치폭력 확산 우려
미네소타의 이른 여름 새벽, 침묵이 내린 도시 브루클린파크에 긴박한 경고음이 울렸다. 민주당 소속 멜리사 호트먼 주하원의원 부부와, 인근 챔플린에 거주하는 민주농민노동당(DFL) 소속 존 호프먼 주상원의원 부부에게 밤사이 차례로 들이닥친 총성은, 이 땅의 정치적 양극화가 이제 맨살의 시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듯했다. 부부를 노린 총격은 한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렸고, 민주정치의 터전을 흔들었다.
14일 새벽, 멜리사 호트먼 의원 부부는 자택에서 총탄에 쓰러졌다. 곧이어 호프먼 의원의 집에도 위장 경찰을 사칭한 남성이 침입했다. 무장한 채 안개 속에 스며든 범인은 총을 쏘고 도망쳤다. 호프먼 의원과 부인은 생명을 건졌지만 중상을 입었고, 문틈을 파고든 공포 속에서 어린 딸은 어머니의 몸에 감싸져 간신히 상처를 피했다. 그 밤, 지독한 정치적 적대가 민가의 불빛 아래 번졌다.
![용의자 밴스 L. 보엘터의 수배전단[미 연방수사국 FBI 제공/AP=연합뉴스]](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15/1749973109383_158267978.webp)
수사는 곧 범인 밴스 L. 보엘터(57)로 향했다. 그가 근무했던 프레토리안 가드 시큐리티의 기록에는 미군 훈련 이수, 보안 순찰 책임자로의 이력과 함께, 복음주의 목사들과의 교류, 경호경비 전문가로서의 자칭 가자지구·아프리카 근무 경험,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던 대선 투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보엘터는 자신의 신념을 웹사이트에 남겼고, 사건 당일엔 라텍스 마스크로 위장한 채 경찰을 사칭하고, 미로처럼 얽힌 도시를 거닐었다.
그가 남긴 차량에서는 충격적인 목록이 발견된다.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 법무장관 키스 엘리슨,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 등 민주당 정치인과, 수십 명의 낙태 시술 의사, 가족계획연맹 사무소, 보건소와 약 70여 명의 이름과 주소. ‘노 킹스(No Kings)’라는 대담한 슬로건이 적힌 전단, 아버지의 날 카드, 그리고 탄약 가방. 그 안에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분열이 도구삼은 폭력의 실체가 서늘하게 도사리고 있었다. 미국 언론은 해당 명단을 ‘암살 리스트’로 규정했고, 정치와 종교적 극단이 총부리를 겨눈 현실을 조명했다.
표적의 이유가 무엇이었든, 도시의 새벽은 이제 미 전역의 동요로 번졌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연쇄 위협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의사당에는 긴장감이 맺힌다. 동시에 FBI가 단계적으로 추적에 나섰고, 국경순찰대에는 캐나다 도주 가능성마저 알렸다. 현상금 조치는 5만 달러를 오르내린다.
정치인 표적의 암살 시도는 사회적 양극화와 증오의 연료가 된다는 냉랭한 경종을 울린다.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는 “정치적 폭력행위”라 규정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증오와 극단주의에 피난처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따라 미 주의회는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노 킹스’ 시위 조직은 모든 활동을 취소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역시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와 시민의 일상이 극단적 폭력에 노출될 때, 그 충격파는 국경을 넘어 정치와 사회 전반에 파문을 남긴다. FBI를 비롯한 연방 및 지방 당국은 신속한 체포와 관계자 보호에 전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미국 사회는 또 한 번 자유와 증오, 안전과 양극화 사이에서 긴장감 속에 아침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