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성공한 나원균”…동성제약, 이사회 재편 속 내홍 지속
경영권 분쟁이 첨예한 동성제약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나원균 대표 해임안을 철회하며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 측 인사들이 신규 이사로 등재되면서, 이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내부 견제 강화로 경영권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 결과가 지배구조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12일 열린 동성제약 임시 주총에서는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 해임과 정관 개정 등 중대 안건이 상정됐다.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동의를 확보하지 못해 해임안은 철회됐다. 이로써 나원균 대표와 현 경영진은 경영권을 수성하게 됐다. 나 대표는 주총 직전 “의결권이 충분히 확보돼 해임은 어렵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한편, 이사 선임 안건은 일반결의 기준에 따라 일부 신규 이사진이 통과됐다.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 측 함영휘, 유영일, 이상철 사내이사와 원태연 사외이사가 새로 합류하면서, 이사회 내 4대3의 견제 구도가 구축됐다. 동성제약 창업 3세 경영이 본격화된 직후 이양구 전 회장이 보유지분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며 촉발된 경영권 분쟁은, 이번 이사회 재편으로 또 하나의 분기점을 맞았다.
동성제약은 오랜 업력과 ‘정로환’, ‘세븐에이트’ 등 대표 브랜드를 기반으로 국내외 바이오 시장에서 R&D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엔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 ‘포노젠’의 임상 2상을 준비하는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 한국거래소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지정 등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리팩터링 측과 나 대표 체제 간 이견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개시한 현재, 법정관리인 자격을 가진 나 대표에게 실질적 의사결정권이 집중돼 있지만 이사회 견제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지배구조 안정화와 R&D 역량 강화에 기업가치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경험했다.
한국거래소와 법원 등 관계 기관의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 시장 내 신규 투자 유치와 신약 개발 역량 강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소해야 하는 동성제약의 시험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관 관련 개정안, 신규 이사진 입성 등 주요 의결 사항의 집행도 법적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회생절차 내 법정관리인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나, 이사회 내 갈등이 지속되면 R&D 투자, 생산‧사업 정상화, 시장 신뢰 회복에도 적지 않은 불확실성이 뒤따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동성제약이 실제로 경영 정상화와 신약 개발을 병행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