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수렴 없는 혁신, 분열의 자충수”…국민의힘 혁신위 속도전에 계파 갈등 격화
계파 갈등의 뇌관을 건드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속도전에 당내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지도부와 혁신위원회가 각각 쇄신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가운데, 대표 단일 지도체제 전환과 계엄·탄핵 사죄를 둘러싼 내부 대립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 지지율이 20%선마저 붕괴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혁신의 적시성과 당내 민심의 균형이 과제로 대두됐다.
혁신위는 7월 10일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에 명시하자는 1호 혁신안을 제안한 데 이어, 11일에는 최고위원회를 폐지하고 당 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전환하는 2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이전에 구체적인 쇄신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대구·경북 등 전통적 지지기반에서도 민심 이탈이 심화됨에 따라, 비상한 속도로 변화안을 제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탄핵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당 의원들이 당헌·당규에 사죄를 명시할 경우 “내란 자백”이라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여당이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공범’으로 탄압하는 상황에서 사죄를 규정화하는 것은 정치적 위험 신호”라며 반대를 밝혔다. 단일 지도체제 전환에 대해서도 “지금은 집단 지도체제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과 장동혁 의원 역시 혁신위 혁신안을 “의견수렴 없는 자충수”, “사과만 반복하는 당 행보”라고 비판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탄핵 정국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강경파로, 국민의힘 내 전·현 친윤(윤석열)계 사이 분열의 핵심에 서 있다. 특히 최근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이후 친윤계는 “인위적 인적 청산”에 강력 반발하고, 비윤계와 친한(한동훈)계는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촉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혁신위가 인적 쇄신안까지 공식화할 경우 계파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도부 역시 당내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통과한 뒤 쇄신안을 손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한 당 핵심 관계자는 “사죄문 당헌·당규 수록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의원총회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논의 과정에서 표현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도체제 문제는 혁신위원회만의 결정 사안이 아니며, 의결 이전에 당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혁신위가 빠른 행보를 이어가되, 논란이 확산될 경우 당내 의견 수렴 등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당내 공론화와 민심의 균형 속에서 인적쇄신 논의가 성사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