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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과 맑은 물길”…제천의 고즈넉함이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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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과 맑은 물길”…제천의 고즈넉함이 마음을 적신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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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씨에도 제천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강렬한 햇살 아래 야외 활동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 제천에서는 구름 잔뜩 낀 하늘과 잔잔한 물길이 주는 차분한 평온을 즐기는 여행이 일상이 됐다.

 

제천의 명소들은 흐린 날씨 속에서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긴다. 수산면에 들어선 정방사는 절벽과 청풍호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바람이 살짝 이는 날, 푸른 산세와 고요한 물길이 어우러진 절을 걷다 보면 “이곳이 진짜 힐링의 공간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사찰 주변을 산책하던 방문객 정지우 씨(37)는 “비 갠 뒤 흐린 하늘과 바위 절벽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잠시 시간을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제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제천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제천지점은 “가을철 흐린 날씨에도 교동민화마을 투어, 탁사정 나들이 등 지역 체험형 관광이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교동민화마을의 경우 골목까지 번진 민화 벽화와 체험 프로그램이 이색적인 감성을 자극해 젊은 가족 단위의 방문이 꾸준하다.

 

전문가들은 “제천 여행의 본질은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고 말한다. 지역 문화해설사 박성남 씨는 “맑은 계곡물이나 옛 정자의 고요함, 손때 묻은 마을 골목길이야말로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휴식”이라고 표현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갑자기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쉴 틈 없이 달리던 나에게 제천의 흐린 풍경이 위로가 됐다”는 후기와 인증 사진이 SNS에 계속 올라온다. 의외로 흐린 날의 제천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작고 소박한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제천의 하루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는 여유와 마음의 여백을 배운다. 제천의 풍경은 단지 여행의 경유지가 아니라,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주는 감성의 마을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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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정방사#교동민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