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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라운드 감동 데뷔”…성영탁, KIA 뚝심으로→연속 무실점 행진
스포츠

“10라운드 감동 데뷔”…성영탁, KIA 뚝심으로→연속 무실점 행진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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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닿는 순간마다 스며든 간절함, 성영탁의 야구 여정은 막차처럼 찾아온 기회 앞에서 눈물로 적셔졌다. 10라운드까지 호명되지 않은 채 불안에 떨던 그는, 카페 한편에서 가족의 숨죽인 응원을 곱씹으며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기다렸다. 마침내 울려 퍼진 자신의 이름, 그 순간 쌓여온 절박함이 부드러운 눈물로 번졌다.

 

지난해 9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성영탁에게 쏟아진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구속은 130㎞ 초중반에 머물렀고,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그는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며 조용히 휴대전화를 응시했다. 그러나 10라운드의 마지막, KIA 타이거즈의 이름 아래 프로의 문이 열렸다. 그의 인생에 가장 극적인 전환점이었다.

“10라운드 감동 데뷔”…성영탁, KIA 뚝심으로→연속 무실점 행진
“10라운드 감동 데뷔”…성영탁, KIA 뚝심으로→연속 무실점 행진

결코 평탄하지 않은 출발이었다. 입단 첫해, 1군 무대는 먼 이야기였고, 자신만의 무기를 찾기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 KIA 전력기획팀의 조언에 따라 투심 패스트볼 구사를 시작했고, 폼 교정과 전력분석팀의 세밀한 지도 속에 투구 궤도도 과감히 바꿨다. 투심의 낯선 궤적과 더불어 오히려 직구까지 구속이 상승, 140㎞를 넘나드는 속구로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기 시작했다.

 

변화의 바람은 곧 결실로 이어졌다. 2군에서 존재감을 키운 성영탁은 6월 20일 kt wiz전에서 1군 마운드를 밟았다. 이후 SSG 랜더스를 상대로 13경기 연속 1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이라는 압도적 기록을 남기며, 데뷔 첫 해 신인투수의 단단한 성장을 입증했다. 이범호 감독도 연일 현장에서 찬사를 보내며, 팀 내 신인들의 무실점 행진에 감동을 표했다.

 

데뷔 첫 해 19이닝 가까운 연속 무실점 기록은 지난해 김인범이 세운 데뷔 이후 최장 연속 무실점 기록에 도전하는 발자취였다. 24일 키움전에서 임지열에게 홈런을 허용해 그 여정은 멈췄지만, 성영탁의 기록은 이미 팬들과 구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KIA 투수진이 부상으로 흔들릴 때마다, 1년 차 신인의 당당한 등판은 팀 상위권 유지의 버팀목이 됐다.

 

성영탁은 시즌 목표를 부상 없는 완주로 삼았다. 스스로의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한결같이 버팀목이던 야구선수 형에 대한 애정이 다시금 마운드에 서는 힘이 됐다. 신인드래프트 당일 자신보다 뜨겁게 환호하던 가족의 응원을 생각하며, 그는 언젠가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KIA 타이거즈는 현재 상승세를 지속하며 순위 경쟁의 불꽃을 태우고 있다. 시즌 후반 확실한 불펜 카드로 자리 잡은 성영탁, 그리고 그와 함께 달려가는 팀의 모습은 한여름 거센 열기와 함께 새로운 이정표를 써내려가고 있다.

 

가끔은 시작이 늦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선물임을, 성영탁은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그가 다시 마운드에 서는 풍경, 그리고 팀을 위한 노력이 어떤 열매로 이어질지, 팬의 마음은 조용히 그 응원을 더해 가고 있다. KBO리그 1군 무대 위 성영탁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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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탁#kiatigerz#신인드래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