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로 간암 치료 효과 예측”…국내 연구진, 면역항암 반응 지표 개발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가 진행성 간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새 가능성을 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한지원·조희선 교수, 인천성모병원 이순규 교수 연구팀이 23일 공개한 ‘PBIS(Peripheral Blood Inflammatory Score)’는 수술이 불가능한 진단 단계부터 활용 가능한 혈중 지표로, 환자별 맞춤 치료 접근을 앞당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면역항암제 시대 맞춤치료 혁신의 분기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개발된 PBIS는 간암 1차 표준치료로 권고되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AB) 병용 항암요법 환자 170명을 분석해 도출됐다. 연구진은 2020년 5월부터 국내 다기관 전향적 임상을 추진, 서울성모병원 116명, 인천성모병원 54명 환자군을 기반으로 실제 임상적 예측력을 검증했다. PBIS는 호중구-림프구 비율, C-반응성 단백질, 인터루킨-2/12 등 주요 염증·면역 반응 관련 혈중 지표의 조합으로, 2개 이상 수치가 기준점을 넘는 경우 ‘위험군’으로 구분했다. 특히 기존 검사 방식 대비, 비침습적이면서도 치료 성적(전체생존율, 무진행생존율, 객관적 반응률)과 상관성이 뚜렷해 임상적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다.

성향점수 매칭 등 통계분석 결과, PBIS 위험군은 사망 위험이 3.6배, 질병 진행 위험이 2.1배 높았다. 반면 기존 1차 표적항암제인 렌바티닙 치료군에서는 PBIS가 효과 예측 지표로서 통계적 의의가 발견되지 않아, PBIS의 유효성은 면역항암 병용요법 특화 바이오마커임이 확인됐다.
진행성 간암의 치료 패러다임이 수술·고주파 소작 등 근치 요법에서 표적·면역항암 등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환자별 치료 효과 예측은 의료 현장의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실제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확대 등으로 치료 접근성은 개선됐으나, 전체 환자의 30% 내외만 면역항암제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보여왔다. 새로운 혈액기반 바이오마커 개발은 의료진이 조기 비반응 환자를 가려내어 부작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치료전략으로 빠르게 유도할 근거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적으로도 암 맞춤치료 시장이 확장세에 있으며, 미국·유럽 등에서는 유전체스코어, 면역세포 활성도 등 다중 바이오마커 기반 예측 연구가 활발하다. 경쟁 글로벌 기업 및 연구실보다 실제 임상 데이터와 표준치료 연동 지표 개발에 강점을 보인 점은 이번 국내 연구의 특징으로 꼽힌다.
아직 식약처 인증 등 공식 의료현장 적용까지는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한지원 교수는 “PBIS가 환자 염증·면역 반응 상태를 정량적으로 반영한다”며 “궁극적으로 환자 맞춤 치료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혈액 기반 예측 기술이 간암 면역항암 시대의 실제 임상 안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의료현장, 산업 구조 변화 사이 균형이 차세대 정밀의료 확산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