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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헌신의 끝”…김재호, 두산 베어스 유니폼 마지막 날→벅찬 은퇴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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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헌신의 끝”…김재호, 두산 베어스 유니폼 마지막 날→벅찬 은퇴의 순간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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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시작된 인사였지만, 현장엔 21년 한 팀을 위해 바쳤던 헌신과 마지막까지 진솔함을 잃지 않은 김재호의 진심이 차곡차곡 쌓였다.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오랜 팬들과 동료들은 굵은 박수로 선수 김재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응원가가 한 박자씩 울려퍼질 때, 김재호의 눈빛 속엔 봄과 여름, 수많은 가을의 서롱도 함께 깃들었다.

 

6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전, 김재호의 공식 은퇴식이 열렸다. 이날 김재호는 특별 엔트리로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선수로서의 마지막 시간을 야구장에서 불태웠다.  

“21년 한팀 투혼”…김재호, 두산베어스 은퇴식→팬과 마지막 인사 / 연합뉴스
“21년 한팀 투혼”…김재호, 두산베어스 은퇴식→팬과 마지막 인사 / 연합뉴스

김재호는 2004년 신인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후 21년간 오직 두산베어스 유니폼만 입으며 통산 1,793경기 출전,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 타율 0.272를 기록했다. 해당 기록은 구단 역대 최다 출전이자 유격수 부문에서 각종 역대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경기 전 진행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재호는 “굉장히 긴장된다. 경기장에 오면서 심장이 많이 떨렸다”고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두산은 나를 처음부터 선택해 준 팀이자 내가 직접 선택한 가족 같다. 후회 없이 21년을 보냈으니 내게 두산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팀”이라며 구단과의 굳건한 인연을 강조했다.  

 

김재호는 팬들과의 교감도 깊게 새겼다. “현역 때는 큰 인기를 느끼지 못했지만, 은퇴가 가까워지자 인터넷 댓글과 응원에서 사랑받았다는 걸 알았다. 더 많은 팬들에게 사인이 닿지 않아서 아쉽다”고 전했다.  

 

두산의 상승과 부침을 함께했던 김재호는 최근 팀이 하위권에 머문 데 “나 또한 책임감을 느끼며,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유격수 후배들에게는 “매일을 후회 없이, 독한 각오로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을 남겼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수비 훈련을 가장 치열하게 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재호 역시 “현장에서는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 보여주고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화답했다.  

 

김재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건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는 “항상 2등이 많았던 프로 생활에서 흘린 그 해의 눈물에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밝혔다.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지도자가 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야구 예능 등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색다른 일상도 소개했다. 마지막 인사에선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뜨거운 여름, 잠실구장을 뒤덮은 박수갈채 속 김재호는 오랜 유니폼을 벗고 선수 생활에 작별을 고했다. 두산베어스를 위해 남긴 투혼과 환희의 순간들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과 구장의 역사로 남을 전망이다.  

 

두산베어스는 시즌 막바지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6일 경기를 시작으로 남은 일정 동안 순위 반등을 위한 분투를 계속할 예정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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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두산베어스#은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