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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칩 사용 자제 권고”…중국, 반도체 자립 가속에 미중 갈등 심화
국제

“엔비디아 칩 사용 자제 권고”…중국, 반도체 자립 가속에 미중 갈등 심화

서현우 기자
입력

현지시각 14일, 중국에서 미국(USA)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와의 거래를 둘러싼 중대한 변화가 감지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 IT 기업들에 엔비디아 칩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등 국산 반도체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중 첨단기술 갈등 심화 속에 양국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 직·간접적 파장을 낳고 있다.

 

기즈모도(Gizmodo)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주요 IT 대기업들의 엔비디아 H20 칩 구매 내역을 조사했으며, 대체 칩 개발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AI 역량 강화를 이유로 엔비디아 칩에 수출 제한을 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건부 판매 재개를 허용했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 내 매출의 15%를 세수로 가져가기로 하면서 업계의 부담이 가중됐다.

중국, 엔비디아와의 거리두기…국산 반도체 자립 가속화
중국, 엔비디아와의 거리두기…국산 반도체 자립 가속화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들은 현지 칩 기업과 협력하거나 자체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이미 자체 설계한 칩으로 중소형 AI 모델을 학습하는 등 엔비디아 의존도 축소에 나섰다. 화웨이, 메타엑스 등도 신형 칩 양산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최고 사양 칩을 당장 대체하기엔 기술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상황은 미중간 반도체·AI 패권 전략이 맞부딪치는 가운데 불거졌다. 미국(USA)은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활용해 AI 역량과 군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수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현지 사정에 맞춘 로비 활동 끝에 부분적 판매를 재개하는데 성공했지만, 미 정부의 거래 조건은 오히려 중국 내 엔비디아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번 사태로 엔비디아는 실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5월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 제한으로 약 80억 달러의 매출 감소를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중국 점유율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올해 초 82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펀드 조성 등 국산 칩 기술 개발 지원책을 강화하며, 반도체 자립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 자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측도 “미국에 의존하는 반도체 공급 구조가 치명적”이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칭화대의 웨이샤오쥔(Wei Shaojun) 교수는 최근 포럼에서 “아시아가 미국의 알고리즘 전략을 추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산 칩 의존 탈피와 자국 주도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강경한 자체 개발 드라이브가 세계 반도체, AI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양국간 기술·안보 경쟁의 향방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동시에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 장기화가 결국 글로벌 반도체 산업질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사태가 국제 공급망 구조, 기술 주도권, 글로벌 협력 형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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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비디아#ai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