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전력 먹어치운다”…미국, 겨울 한파 땐 전력난 우려 고조
현지시각 기준 18일, 북미전력안정성공사(NERC)는 미국(USA)과 캐나다 전력망의 겨울철 안정성을 평가한 연례 보고서를 내고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평가는 올겨울 강한 한파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일부 지역에서 전력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AI 경쟁과 에너지 수급 간 긴장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NERC에 따르면 지난 겨울 이후 북미 지역의 최대 전력 수요는 20GW, 비율로는 2.5% 증가했다. 수년간 정체 상태였던 피크 수요가 AI 산업 붐과 함께 눈에 띄게 뛰어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순증한 신규 전력 공급은 10GW에 못 미쳐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NERC는 분석했다. 이 같은 불균형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최대 전력 수요가 예상되며, 특히 전력 수요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지역에서 전력망 부담이 크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NERC는 통상적인 겨울 기상 여건이 유지될 경우 향후 3개월, 내년 2월까지는 전력 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광범위한 지역에 걸친 강한 한파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뉴잉글랜드, 서부, 텍사스, 남동부 등에서는 전력 공급 부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지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풍력·태양광 등 간헐적 전원의 비중 확대가 전력망 운영의 복잡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는 전원이 늘면서 일부 지역의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NERC는 이런 구조 속에서 갑작스러운 혹한이나 장기간의 냉방 수요 급증이 겹칠 경우, 전력 수급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 수요 증가는 미국 IT 대형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새로 생겨났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Google)은 최근 발표에서 2027년까지 4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데이터센터 3곳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전력 자원이 풍부한 텍사스 역시 혹한 시기에는 전력망 취약성이 드러난 바 있어, 추가적인 수요 부담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데이터센터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면서 전기요금 상승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666곳을 유치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버지니아주의 전기요금은 올해 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 올랐다.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 244곳이 몰려 있는 일리노이주의 전기요금 인상률은 15.8%, 데이터센터 193곳이 들어선 오하이오주의 인상률은 12%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연간 전기요금 인상률이 5.1%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 밀집 주의 전기요금 상승률은 전국 평균의 2~3배에 이르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미국 언론과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 시대를 떠받치는 데이터 인프라가 전력망과 소비자에게 새로운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노후화된 송전망과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이 겹치면서, 공급 여력이 충분해 보이는 지역에서도 실제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NERC의 경고는 AI 산업 확장과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정책 논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투자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개선, 수요 관리 프로그램 강화 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AI 붐이 전력 수급 불안과 요금 급등을 부르는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겨울 북미 전력망의 대응 능력과 AI 산업 확산이 에너지 시스템에 미칠 실제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