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바꾸고 비용 줄인다”…글로벌 빅파마, 성장둔화에 대규모 구조조정
글로벌 주요 제약기업들이 신임 CEO 선임과 대대적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바이오 산업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 격화,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그리고 미중 관세 등 정책 리스크가 겹쳐지자 성장정체와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한 대응 전략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발표된 일련의 구조조정 움직임을 ‘초대형 빅파마 경영체제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노보 노디스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을 알린 라스 프루에르 요르겐센 전 CEO 대신, 베테랑 내부 인사인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를 7월 7일부터 새 수장으로 임명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라이벌인 일라이 릴리와 비만치료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이며, CEO 교체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조직 정비로 해석된다. 특히 이 회사는 시장 경쟁 과열로 올해 하반기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3~21%에서 8~14%로 대폭 낮췄다. 이날 발표 직후 덴마크 주식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한때 29.8% 폭락하며 시장 충격이 컸다.

비용 혁신 바람은 머크(MSD)에서도 이어졌다. 머크는 2027년까지 연간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의 2028년 특허 만료에 대비한 매출 방어 전략도 공개했다.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R&D, 영업, 행정 인력 조정을 포함해 연간 17억 달러 절감을 구체화했다. 절감된 비용은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대에 재투자해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와 화이자 등 타 글로벌 빅파마 역시 2027년까지 수조원대 추가 비용 감축 정책을 발표했다. 이들 또한 신규 성장 파이프라인 투자와 기존 조직 효율화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원, 연구 파이프라인 재정비 등 구조적 변화도 동반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자사의 핵심 신약에 대한 특허 만료, 바이오시밀러 확산, 인플레이션 및 금리 상승 등 복합 변수로 ‘빅파마 생존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이래 의료비·약가 규제와 미국-중국 관세 이슈까지 겹치면서 단일 품목 의존 문제가 재점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세계 빅파마의 구조조정은 단기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혁신 신약 주도권 경쟁, 글로벌 시장 적응력 강화 측면의 전략 전환”이라며 “경영구조 개편의 성패에 따라 파이프라인 강화와 장기적 시장 점유율 변화가 좌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향후 주요 신제품 출시에 맞춰 실제 재투자가 산업재편을 견인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조직, 시장 리더십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바이오 산업의 미래는 불확실성과 혁신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