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20년 앞 질병까지 예측”…‘델파이-2M’ 발표에 글로벌 의료 패러다임 논쟁
현지시각 23일, 영국(UK)과 덴마크(Denmark) 연구진이 최대 20년 앞 1천여 개 질환의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 ‘델파이-2M(Delphi-2M)’을 공개했다. 네이처(Nature) 등 세계 학계와 의료계가 주목하는 이번 모델은 AI가 개인 의료 이력을 텍스트처럼 읽어내 질환 위험도를 조기 경고하는 방식으로, 단기 76%, 장기 70%대의 예측 정확도를 기록해 기존 질병 예측 도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첨단 기술의 등장에 따라 국제 사회에서는 환자 맞춤형 예방의료와 개인정보 보호, 국가별 도입 문제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델파이-2M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40만2천여 명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덴마크 내 의료기록 190만 건으로 추가 검증을 마쳤다. 국제질병분류(ICD-10) 상위 1천여 진단군을 포괄하며, 환자의 개인 이력과 동반질환 발생 패턴까지 고려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 환자 집단에 대해 췌장암 위험이 최고 19배 높다는 등 구체적 리스크 예측도 선보였다. 의료 데이터를 ‘시퀀스 토큰’ 단위로 변환, 생활습관과 성별, 체질량지수(BMI) 등 다양한 변수를 시간의 흐름과 함께 분석하는 점이 기존 방식과 차별점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암, 패혈증 등 주요 질환별 특성이 정량적으로 드러난 점도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장기 예측 정확도는 60~70%에 머물러 희귀질환, 환경 요인이 큰 질환에는 적용이 어렵다. 또 UK Biobank 샘플은 백인, 고학력·건강 집단에 편중돼 있어 데이터 편향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덴마크 검증 과정에서는 병원 진료 의존으로 패혈증이 과도 예측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도입 및 임상 현장 적용에는 추가 검증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제 유관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보험사와 제약사, 공공보건 당국은 예방 스크리닝과 맞춤형 치료 설계에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반면, 개인정보 보호·의료시스템 통합 등 국가별 제도적 장벽, 글로벌 표준 마련의 과제, 임상 데이터 다양화 필요성 등 실질적 도입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CNBC 등 주요 외신은 “AI 기반 예측 도구가 의료 행태를 뒤바꿀 잠재력은 충분하나 개인정보, 실효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의료 및 데이터 전문가들은 델파이-2M이 중장기적으로 세계 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인종, 국가, 환경에서의 추가 검증 및 규제 정비, 공공 신뢰 확보가 이뤄진다면, AI 기반 질환 예측 모델이 전 세계 보건 정책과 개인의료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 시스템의 실질적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