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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25년 만에 다시 운다”…히사이시 조 감성→스크린에 깃든 묵직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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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25년 만에 다시 운다”…히사이시 조 감성→스크린에 깃든 묵직한 물음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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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이 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스크린 위에 시간의 풍경과 아련한 감정이 깃든다.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25년 만에 국내 극장가에 돌아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손길 아래 1984년 태어난 이 작품은, 지난 2000년 국내 관객을 처음 만난 뒤에도 오랜 세월 변함없는 울림을 남긴 채 우리의 곁을 조용히 맴돌아왔다.

 

거대한 곰팡이 숲 ‘부해’와 오랜 전쟁이 만들어낸 폐허를 배경으로, 나우시카는 자연과 인간이 다시 손을 맞잡는 길을 모색한다. 토르메키아 제국에 맞서 바람계곡의 공주로 살아가는 그녀의 서사는, 누군가의 명령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믿음 위에 놓인다. 전쟁과 대립이 위태로운 세계에서, 나우시카는 평화와 용서라는 길목을 묵묵히 지켜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히사이시 조 OST와 함께 25년 만에 극장 재개봉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히사이시 조 OST와 함께 25년 만에 극장 재개봉

영화의 감정은 히사이시 조가 만들어낸 섬세한 선율을 만날 때마다 한층 깊어진다. 대표 엔딩곡 ‘바람의 전설’은 관객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구름처럼 번지는 여운을 더했다. 세월을 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곡에서 위로와 희망을 읽는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1980년대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주체적이고 용기 있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에 세웠다. 이러한 선택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성 서사의 시안을 예고했고, 지브리 작품 내 다양성과 시대정신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나우시카는 폭력 아닌 대화, 지배 아닌 공존을 그려내며, 그 자체로 강인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작품이 품은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 환경과 평화에 대한 고민은 약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다. 환경오염과 생태 파괴, 기후 위기 속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다시 극장 스크린에 오른다. 이 영화는 새로운 세대에게 과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대한 깊은 물음을 건넨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국내 극장 재개봉은 감동적인 OST와 함께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또 하나의 푸른 바람이 될 전망이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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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나우시카#히사이시조#미야자키하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