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최종 문안 진통”...김정관-러트닉, 뉴욕서 한미 국익 힘겨루기
한미 무역 협상 교착이 극으로 치달으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뉴욕에서 전격 회동했다. 대미 투자 구조, 관세율 조정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첨예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모처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7월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협의에 나섰다. 이날 만남은 지난달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실무진―미국 상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담당자 간 실무협의가 ‘대미 투자 세부 구조’ 등을 놓고 난항에 빠진 직후 전격 성사됐다.

양국은 7월 30일 실무합의에서 미국 측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15%로 인하, 한국이 3천500억달러 규모로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합의점을 모색해왔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8월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도 이 같은 내용을 재확인했지만, 세부 구조 설계를 둘러싼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의 NY회동 직후 눈에 띄는 ‘합의문 발표’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일 산업부·기획재정부 실무 대표단은 미국 현지에서 미국 상무부와 구체 구조 조율을 시도했으나, 투자 집행 방식과 환율 등 난제에 가로막혀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유연함은 없다. 한국은 그 협정을 수용하거나 (인하 합의 이전 수준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미일 관세협정의 수익 배분 모델까지 구체적으로 언급, 한미 협상도 유사 구조가 돼야 함을 시사했다. 이와 달리, 김장관은 최근 국회 상임위에서 “(한국의) 외환보유고, 기축통화국 지위 등을 감안할 때 투자 구조가 현실성과 국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각국의 이해관계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한미 후속담판이 쉽사리 매듭지어지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도 미국 측 압박성 언급에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하겠다”며 일관된 견해를 유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익·합리성·공정성 원칙을 거듭 천명한 만큼, 비합리적 양보는 없을 것”이라 전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미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이민 단속 사태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구금된 데 관한 우려도 전달하며, 비자 문제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환경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비자·이민 문제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고 언급하는 등 관련 현안에도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양국이 세부 조율을 매듭짓기 위해 막판 신경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향후 협정 문안 서명과 국익을 둘러싼 협상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한미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정국의 뇌관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