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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피리녹스, 담도암 2차 치료 새 대안”…연세암병원 등 임상 분석 주목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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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피리녹스(FOLFIRINOX)가 담도암 2차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 치료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췌장암 등 고형암 치료에 쓰였던 이 약물이 기존 담도암 치료제 대비 환자의 무진행 생존 기간과 객관적 반응률 면에서 경쟁력을 보였다는 국내 연구팀의 메타분석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보고됐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담도암 치료 옵션 확장의 전환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소화기내과 임가람, 김지훈, 방승민 교수와 부산대 직업환경의학과 김기훈, 해부학교실 김윤학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연세암병원에서 폴피리녹스를 2차 약제로 투여받은 담도암 환자 54명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했다. 대상은 간내담관암, 간외담관암, 간문부담관암 등 담도 조직을 침범한 진행성 환자로 외과적 절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폴피리녹스 치료 환자군의 객관적 반응률(암 크기의 유의미 감소 환자 비율)이 15%로, 기존 폴피리(3%), 폴폭스(10%),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14%)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질병 조절률(상태 악화 없이 일정 기간 유지 비율) 역시 폴피리녹스 70%로, 타 약제 대비 우월했다. 전체 생존 기간도 폴피리녹스가 9.13개월로, 기존 약물군(5.93~8.41개월)보다 길었다.

 

특히 2차 치료 환자 중 5.6%는 영상상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 관해’까지 달성했다. 기존 담도암 2차 치료 약제의 평균 반응 유지 기간이 4개월 전후에 그쳤던 현실과 비교하면 학문적 의미가 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폴피리녹스는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 플루오로우라실, 류코보린 4종의 약물을 조합한 복합요법으로, 췌장암 등 일부 고형암에서 치료표준의 하나로 자리해왔다. 국내에서는 담도암과 췌장암의 종양 진행 패턴 유사성에 착안,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해외에서는 담도암 치료제 개발에서 미국·유럽 등이 임상시험을 확대하고 있으나, 표준 2차 약제의 부재와 임상적 진입 장벽이 높아 신약 진출 속도가 다소 더딘 실정이다. 폴피리녹스 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접근법이 관련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연구는 메타분석 방식으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 무작위 전향적 임상시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현재 연세암병원은 2차 치료 무작위 임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결과에 따라 표준 치료 지침 변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승민 연세암병원 교수는 “폴피리녹스가 담도암 2차 치료에서 새로운 표준안으로 자리할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임가람 교수 역시 “맞춤형 전략 개발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의료 현장은 이번 결과가 임상 현장에 실제 적용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와 치료 윤리, 신약 접근성 등 산업·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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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피리녹스#연세암병원#담도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