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ODA로 개도국 돕는다…국가AI전략위, 상생협력모델 본격 모색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도상국을 향한 국제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공적개발원조에 AI를 결합해 교육과 보건, 행정 등 핵심 공공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면서다. 한국의 AI 활용 경험과 기술력을 개도국 디지털 역량 강화에 접목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글로벌 협력 방식은 물론 국내 AI 산업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향후 AI 기반 OD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4일 사회분과 주관으로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글로벌 AI 기본사회와 공적개발원조 세미나를 열고, AI 기반 국제개발협력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AI 컨트롤타워인 위원회와 외교 부처, ODA 전담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AI를 공적개발원조 전 과정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공식 의제로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미나에서는 교육, 보건, 행정 등 개도국이 겪는 만성적 문제를 AI가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현장 맞춤형 데이터 분석과 예측 모델을 활용하면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더 정교하게 진단할 수 있고, 수혜 대상 지역과 계층을 세분화해 지원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학습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동 학습 격차를 분석해 교육 자원을 우선 배치하거나, 보건 데이터 기반 감염병 확산 위험을 조기에 예측해 백신과 인력을 선제 배치하는 방식이다.  

참석자들은 AI 기술을 적용한 ODA가 기존의 인력 중심, 서류 중심 사업 구조가 안고 있던 병목을 줄이는 도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성영상과 모바일 데이터를 결합한 AI 분석으로 농업 생산량과 기후 리스크를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하거나,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해 현지 언어 민원을 자동 분류하는 전자행정 서비스 등을 통해 사업 실행 속도와 투명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 이후 성과 평가 단계에서도 데이터 기반 효과 분석을 가능하게 해, 재원 배분의 합리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를 활용한 ODA는 개도국과 한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상생형 협력모델로 제시됐다. 개도국 입장에서는 단기 인프라 지원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과 AI 역량 자체를 키울 수 있어, 장기적으로 자체 혁신 능력을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으로서는 다양한 환경의 데이터를 다루며 쌓는 경험과 프로젝트 운영 노하우가 향후 글로벌 AI 사업 진출의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고, 민간 기업이 참여할 경우 솔루션 수출의 교두보 역할도 기대된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앞으로도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개도국 디지털 전환과 AI 역량 강화를 중심에 둔 AI 기반 ODA 모델을 지속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수요를 반영한 교육, 보건, 행정 등 분야별 시범 사업을 늘려가며 사업 유형을 표준화하고, 민관 협력 구조를 설계해 국내 AI 기업과 스타트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임문영 상근부위원장은 AI가 교육, 보건, 사회서비스 등 기본적 삶의 영역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추진 중인 AI 기본사회모델을 ODA와 결합할 경우 개도국의 삶의 질 개선과 동시에 한국의 AI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해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제협력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와 정책 당국에서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AI 기반 국제개발협력이 구체적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이 AI 기술력과 ODA 경험을 결합해 차별화된 모델을 구현할 경우, 글로벌 개발협력 질서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