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웨스팅하우스 어떻게 韓기업에 횡포 부리나”…이재명, 원전 지재권 분쟁 질타

강민혁 기자
입력

원전 지식재산권 분쟁을 둘러싼 논란과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맞붙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분쟁 타결 협약을 두고, 대통령이 직접 시효와 권리 남용 여부를 따져 묻는 발언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식재산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과거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진행된 원전 기술 지식재산권 분쟁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협상 경위를 상기시키며 한국 기업이 과도한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원자력 기술 때문에 이상한 협약을 맺었느니 마느니 하지 않았느냐"고 운을 뗀 뒤 "어떻게 20∼25년이 지났는데 계속 자기 것이라고 한국 기업에 횡포를 부리느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천 기술을 가져와서 개량해서 썼고, 그 원천기술을 개발한 지 25년이 지났으면 지재권 시효가 끝난 것 아니냐"고 물으며 시효 문제를 재차 짚었다.

 

질의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웨스팅하우스의 권리 형태가 특허가 아니라 영업비밀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영업비밀로 분류돼 한도가 없다. 영업비밀의 경우 25년 제한이 없다"고 답변했다. 지식재산 보호 수단에 따라 존속 기간이 달라지는 구조를 설명한 셈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도 같은 맥락에서 부연했다. 김 처장은 "기술을 보호하는 방법에는 특허와 영업비밀이 있는데, 특허에는 기간이 있어서 영업비밀로 하는 경우도 있다"며 "코카콜라 제조 비법 같은 것이 영업비밀로, 관리만 제대로 하면 무한정 보호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영업비밀에 관련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특허권이 일정 기간 후 소멸하는 것과 달리 영업비밀은 비공개 유지와 관리가 지속되는 한 권리 보호가 계속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러한 설명에 쉽게 수긍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말은 그럴듯한데 정확히 납득은 안 된다"며 "새로운 기법이다. 그렇다고 하니 어떡하겠나"라고 말해, 제도 취지는 이해하되 현실적으로 한국 기업이 불리한 구조에 놓여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2022년부터 2년 넘게 분쟁을 이어가다 2025년 1월 협상에 합의했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자사가 보유한 원전 설계와 관련한 권리를 근거로 한국 측의 수출 사업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에서는 주요 원전 수출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협상 타결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체코 원전 수출 계약 성사를 위해 한수원·한전이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을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으로 정리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수출 길을 열기 위한 대가로 기술 사용 범위와 비용 측면에서 한국 공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떠안았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야권의 문제 제기와 맞물려 원전 수출 전략 전반과 대형 기술 분쟁 대응 방식에 대한 재점검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영업비밀 제도를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과의 분쟁에서 한국 기업의 협상력과 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의가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향후 지식재산처와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원전 기술을 포함한 핵심 산업 분야 영업비밀 대응 전략을 정비하고, 공기업의 해외 분쟁 사례를 검토해 제도적 보완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치권도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 협상 내용과 영향에 대한 국회 차원의 추가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민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대통령#웨스팅하우스#한국수력원자력